2년반만의 역성장…올해 1% 성장도 위태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26일 14시 53분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전기대비 -0.4% 성장 하면서 2020년 2분기(-3%)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 했다. 소비 부진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내외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어 문제는 올해부터 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1월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민간소비 부진도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긴축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고,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역성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전문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수출과 소비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1%대 성장도 위태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7%로 1%대 후반대로 대폭 낮춰 잡았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1.6%보다 높은 수치다. 한은은 다음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1.7%로 봤는데 그사이 여러 지표 볼 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 커질 것 같다”며 “그동안 중국 코로나19가 많이 번졌고, 반도체 경기도 더 하락하고, 이태원 사태 등 여러 이유로 지난해 4분기 경제지표 나쁘게 나왔지만 올해 1분기는 지난해 4분기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기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국제통화기금(IMF) 2.0%, 아시아개발은행(ADB) 2.3%, 신용평가회사 피치 1.9% 등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 한국경제연구원(1.9%),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금융연구원(1.7%), 현대경제연구원(1.8%) 등으로 대부분 1% 후반대를 제시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우리나라가 내년 마이너스 0.7%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는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중 유일하게 역(逆) 성장 전망을 내놨다.

역대로 봤을 때 경제성장률이 1%대 이하였던 때는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5.1%), 2차 석유파동 영향이 있던 1980년(-1.6%) 등을 제외하고 없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1%대로 낮추고 있는 것은 우리 경기가 하강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주요국의 통화 긴축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민간소비도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데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성장도 약화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까지 둔화되고 있는 등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복합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4% 가운데 민간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0.2%포인트로 전분기(0.8%) 플러스에서 3분기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도 -0.6%포인트로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전분기(-1.8%포인트) 보다는 개선됐다. 반면 정부소비 기여도는 전분기(0.0%포인트) 보다 높아진 0.6%포인트를 나타냈다. 정부 소비로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지만, 수출과 민간소비가 악화되면서 갉아먹고 있다는 얘기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높아진 이자상환 부담은 소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회복세가 더딜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은은 고금리 등으로 인한 최근 가계의 소비여력 저하,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올해 소비 회복세가 당초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가계의 소비여력 저하, 주택가격 하락 등을 감안할 때 회복 모멘텀은 당초 예상을 하회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출 부진도 1분기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수출액이 급감하고 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반도체가 한국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커진 만큼,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침체기 한국 경제도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20일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1년 번보다 34.1% 줄었다.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는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속세를 이어오고 있다. 감소폭도 지난해 11월 28.6%, 12월 27.8%에서 더 커지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높은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신규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있고, 재고 부담이 높아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등 현재와 같은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월에도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 부진으로 일평균 통관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등 수출이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반면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소폭 개선되고 있고, 소비자심리 지수도 상승하고 있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아 현 시점에서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4분기 우리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플러스 전환이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출 부진과 일시적 요인으로 지난해 4분기 역성장을 기록했다”며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1%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 민간소비가 감소로 전환했는데 리오프닝 수요 약화와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마이너스 자산 효과,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급증 등올 소비부진이 장기화 될 전망”이라며 “대외적으로도 긴축 충격이 본격화 되면서 중국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연간 성장률이 1%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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