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해 영업익 전망 26% 하향… SK는 최대 7조 적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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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PC 수요 부진, 반도체에 직격탄
재고소진 경쟁에 가격 더 떨어져
“반도체마저 휘청, 경기에 큰 타격”
삼성전자, 인위적 감산할지 촉각

시장 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하면서 1억2000만 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10년 새 최저치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PC 출하량은 2억8620만 대로 1년 전보다 16.2% 감소했다. 1990년대 중반 집계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가트너는 2024년 초까지 침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PC 등의 제품 수요 부진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세트(완성품) 업체의 재고 누적에 따른 주문 감소, 반도체 공급업체 간 재고 소진 경쟁, 그에 따른 가격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접어든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만 생산하는 SK하이닉스로서는 수조 원대의 이익을 내다가 곧바로 적자 기업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시스템 반도체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이 일정 부분 ‘버퍼’ 역할을 해주는 삼성전자마저 반도체 부문 적자 전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버 등 경기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첨단 분야 역시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서버 고객사인 빅테크 업체들도 인력 감축과 비용 효율화를 우선시하는 상황에서 향후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한 반도체 대기업 임원은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야 할 텐데 최근 들어 빅테크 업체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라 분위기가 더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또 “반도체 업황이라는 게 결국 유리한 단가를 맞추기 위한 파는 쪽과 사는 쪽의 눈치 싸움”이라며 “당분간 싼 메모리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사들이 섣불리 발주를 늘릴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가 석 달 전 대비 40%, 한 달 전 대비 26% 하향 조정되고,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 예상치가 최대 7조 원까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삼성전자가 31일 실적 발표에서 ‘인위적 감산’과 관련해 어떤 방향성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2, 3위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지만 실질적인 재고 소진 효과가 나타나려면 1위의 동참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투자 축소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무역통계진흥원(Trass)에서 집계한 반도체 장비 수입액에 따르면 이달 1∼20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감소가 유의미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투입한 18조 원에서 70% 줄인 6조 원 규모로 올해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4조 원에서 손실액(7조∼8조 원)을 빼면 투자 여력은 6조 원밖에 남지 않는다는 게 이유에서다.

한국 경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이 휘청거리면서 경기 전반이 후퇴할 것이란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급락했던 지난해 4분기(10∼12월) 전자 부품 기업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0%, 60.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기 하강에 대비하고 세계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초격차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연구기관 수출간담회’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등은 “한국의 수출 부진은 반도체 산업 경기 하락 등이 주요인”이라며 “반도체 등의 수출 둔화세가 당분간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sk#영업익#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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