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요금 인상과 한파가 겹치며 난방비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월 사용량에 요금이 부과되는 2월 고지서가 당장 부담이다. 한파 영향에 전월 대비 민수용 가스 사용량이 2배 가까이 늘어 요금 증가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취약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난방비 쇼크를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난방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1Mcal(메가칼로리)당 주택용 열 요금은 지난해 11월 기준 89.88원으로 조정됐다. 1년 사이 요금이 37.8% 급등했다.
국내에 설치된 보일러는 1700만대가량이다. 그중 가스보일러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기름보일러와 팰릿(목재) 보일러가 나머지 10%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난방비 절감 요령은 가스보일러가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보일러 외출모드가 난방비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상황 및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단기간 집을 비울 경우 외출모드는 물 온도가 너무 낮아져 재가열에 에너지가 더 많이 쓰인다. 난방비 절감에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다만 일주일 이상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외출모드가 유리하다. 물을 다시 가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일주일 이상 불필요한 난방을 가동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거주 공간이 아닌 곳은 보일러 밸브를 잠가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난방 면적이 축소되면 이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도 줄어든다. 유의할 사안은 밸브를 완전히 잠그면 동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밸브를 완전히 잠그기보다 조금 열어놓는 수준으로 조정하면 동파를 예방할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보일러 온도를 1도 낮추면 난방비는 7%가 절약된다”며 “고온으로 설정하기보다 적정 수준의 난방온도를 설정하면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꼭지를 온수로 돌려둔 채 다시 물을 틀면 보일러가 가동해 온수를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보일러 가동이 발생한다. 수도 사용 후 밸브 방향을 냉수로 변경하는 것도 난방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노후 보일러 대신 콘덴싱 보일러 보급을 확대해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는 92% 이상의 에너지 효율(1등급)을 받은 제품이다. 일반 보일러의 에너지 효율은 80% 초반으로 10%포인트(p) 이상 차이가 난다. 사용량으로 비교하면 콘덴싱 보일러가 일반 보일러 대비 최대 28.4%까지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정부가 콘덴싱 보일러 확대를 위해 설치 지원금 제도를 운영해 왔지만 지난해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조정되며 보급에 제동이 걸렸다.
노후보일러의 콘덴싱 보일러 교체 비용은 보통 80만~90만원이다. 지원금 10만원을 받아도 취약계층에겐 부담이 어려운 금액이다.
어쩔 수 없이 노후 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은데 낮은 열효율로 난방비 폭탄을 걱정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를 끊어내려면 요금 할인 등을 통해 단기적인 난방비 부담을 완화해주고 장기적으로는 콘덴싱 보일러 보급확대를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난방은 기본적인 필수 생계와 관련된 문제”라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 지원이 지속적이고 대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훈 교수 역시 “취약계층은 지원금을 받아도 노후보일러 교체가 사실 어렵다”며 “취약계층에 한해 보일러 교체를 전액 보조해주는 등 세밀한 에너지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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