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서학개미들의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기며 8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에 기술주에 대한 투심이 살아나며 애플, 엔비디아 등이 다시 서학개미 쇼핑 리스트에 담겼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25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8억5785만달러, 한화 1조5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5월(18억6023만달러) 이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서학개미들의 월 평균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2조8000억원에 달했으나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p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투심이 급격히 위축, 하반기엔 월 평균 350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올 들어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학개미들도 다시 저렴해진 미국주식 쇼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31일부터 2월1일까지 열릴 연준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는 ‘베이비 스텝(0.25%p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기술주들이 대거 서학개미 쇼핑 리스트에 올랐다.
이달 들어 서학개미들은 애플 주식 1211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지난달 207억원과 비교해 약 6배 늘었다. 테슬라도 1221억원에서 4009억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늘었으며,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순매수 상위 50위권 안으로 재진입했다.
투자 결과도 양호하다. 26일(현지시간) 기준 애플의 이달 수익률은 11.1%를 기록하고 있으며 테슬라(30.1%)와 엔비디아(35.5%) 역시 급반등세를 보였다. 테슬라는 지난해 각종 악재에 65% 빠졌으나 예상치를 상회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주가를 일부 회복했다.
인력 감축 여파 등으로 빅테크 기술주 전반에 우려를 키웠던 마이크로소프트(0.3%)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성장주 성격이 짙은 대형 기술주, IT 업종이 지수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며 “통화긴축 기조 변화 가능성과 낙폭 과대 상황 등 성장주 상대 우위 요소들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남은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기술주들의 하방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텔(1월26일), 메타(2월1일), 애플(2월2일), 아마존(2월2일), 알파벳(2월7일) 등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안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대형 기술주 4분기 실적 발표가 성장주 상대 강세 기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미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 실적에서도 몇가지 하방 리스크가 확인됐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비슷한 수혜를 누린 뒤 이제 유사한 악재를 겪고 있는 나머지 대형 기술주 실적 발표에서도 이러한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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