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뱃돈 주던 손, 떨린 이유 있었네 [데이터톡]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8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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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난방비 폭탄까지 겹쳐져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탄식이 나오는 요즘, 설날 세뱃돈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www.donga.com/news/poll)’가 초등학생 세뱃돈으로 5만 원이 적당한지에 대해 물었더니 68%(13,312명)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적당하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30%, 5914명)이었습니다.

세뱃돈이 부담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 5만 원 지폐를 꺼내들 때 나 혼자 1만 원, 3만 원을 건네기는 멋쩍다는 한 네티즌은 이렇게 푸념합니다.
ntll****
그넘에 자존심에 자격지심이… 능력은 안되는데 폼은 잡고싶고 말야. 지갑에서 그지(거지)된 다음~ 집에 와서는 쿠폰 찾아 식품세일이라도 하는 마트 찾는 흥부들. 순간의 창피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우스운 것이지. 초-1만 원, 중-2만 원, 고-3만 원, 대학-5만 원 이 정도만 하자 좀.
● “세금 내고 생활비 쓰면 남는 돈 없더라“
세뱃돈을 계기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데이터를 뜯어보니 올해 설에 세뱃돈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 이유가 있었습니다. 생활비와 보험료, 세금 등으로 지출하고 남은 여유자금이 크게 줄어든 것인데요.

아래는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MDIS) 가계동향조사 3년 치(2020년~2022년)를 분기별로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7~9월) 가구 평균소득은 487만 원, 지출은 372만 원이었습니다. 소득은 전 분기(4~6월)에 비해 4만 원 늘어난 데 그친 반면 지출은 21만 원이나 늘었습니다.


세뱃돈 여유도 자연스레 팍팍해졌습니다. 소득에서 지출을 뺀 금액을 흑자액이라고 하는데요, 아래 그래프를 보면 가구평균 흑자액 선이 3분기에 급격히 꺾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분기(4~6월) 132만 원이었던 흑자액이 3분기엔 115만 원으로 줄었죠. 줄어든 금액은 17만 원입니다. 초등학생 조카 한 명 당 세뱃돈 5만 원 준다면 3명에게 줄 돈이 날아간 셈이네요.
● 식생활비, 이자비용 모두 늘어
어디에서 지출이 이렇게 많았을까요. 지출을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소비지출에선 음식·숙박, 오락·문화에 지출한 금액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22.9%, 27.9% 급증했습니다. 코로나 19 방역이 느슨해져 오랜만에 외출했다가 외식비와 놀이공원 입장료에 놀라 당황했던 기억, 낯설지 않죠.

각종 세금과 보험료, 이자비용 등 경직성 비용에 쓴 금액인 비소비지출도 늘었는데, 특히 이자비용의 증가가 눈에 띕니다.


위 그래프는 가구 당 이자 부담이 올해 들어 얼마나 급격히 커졌는지 보여줍니다. 가구 당 평균 이자비용은 3분기에 10만4000원으로 전분기 대비 12.5%,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이 모두 늘었으니 가계가 쪼들릴 수 밖에요. 나 혼자 힘들고 어려운 건 아니었죠. 한 네티즌이 남긴 댓글에서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습니다.
kmk6****
차례비용에 부모님 용돈에 애들 세뱃돈까지… 명절에 돈 백 만 원 넘게 나간다. 여유 있는 집이라면 덜 부담스럽겠지만 명절후유증으로 가계부담 크다. 주지도 받지도 않음 좋겠지만 오랜만에 본다구 어느 한 쪽에서 주면 받고 쌩깔 수는 읎다. 받은 만큼 그 집 애들도 줄 수 밖에…ㅠㅠ
Data Talk
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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