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1∼6월)까지는 거센 파고를 넘는 데 초점을 맞춘 내실경영을 하되 그 뒤에 따라올 기회 또한 즉각 잡을 수 있도록 성장엔진의 피벗(Engine of Growth Pivot)도 함께 도모해야 합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를 잘 버티고 이겨내면 찾아올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겨울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결국 봄이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내실 있는 경영으로 위기를 넘어서면 또 다른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이 완전 민영화 원년이었던 지난해 힘든 여건 속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금리와 환율로 3고 현상이 심화됐고 기업들은 비상경영을 넘어 생존경영에 나서야 할 정도였지만 우리금융그룹은 뛰어난 수익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전성 부문에서도 업계 최상위 수준을 계속 유지하면서 최고의 재무성과를 올렸고 디지털 혁신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분야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시장에서 주목받는 금융그룹이 됐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올해 새로운 경영 목표로는 ‘경쟁우위 확보, 기업가치 제고’를 제시하면서 7가지 전략과 21가지 세부 과제를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시장 환경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불안감 속에 한 해를 시작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최우선 과제로는 ‘비즈(Biz) 핵심역량 밸류 업(Value-up)’과 ‘차별적 미래성장 추진’을 꼽았다. 손 회장은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자회사들의 핵심사업 시장 지위를 제고해 수익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증권, 보험, 벤처캐피털(VC) 등 지난해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도 올해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이자 이미 치열한 경쟁시장인 자산운용 및 관리, 연금시장, 기업투자은행(CIB), 글로벌 분야는 올해를 중요한 승부처로 꼽았다. 손 회장은 “자산운용 본원 경쟁력을 확보하고 연금시장 역시 고객주도형 자산관리 트렌드에 맞춰 질적·양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사업은 동남아시아 법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등 효율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이 이미 ‘디지털 플랫폼 기업 재창업’을 선언한 가운데 올해는 ‘고객 중심 디지털 플랫폼 확장’ 전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고객 접점이 풍부한 은행과 카드는 디지털 플랫폼의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 연계를 확대하는 등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그 기능을 대폭 확장해 비대면 고객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이제는 금융그룹도 테크 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인 시대”라며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금융의 핵심 미래기술 분야는 업계를 선도하고 대체불가토큰(NFT)이나 블록체인 등 다양한 혁신기술들도 신사업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올해의 경영 키워드로는 ‘한 번 날면 반드시 하늘 높이 올라간다’는 뜻의 ‘비필충천(飛必沖天)’을 내놓았다. 손 회장은 “지난 4년간 그룹체제를 탄탄히 다져온 만큼 그동안 응축했던 힘을 바탕으로 올해는 더 멀리,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해야 한다”며 “우리가 가진 저력을 믿고 강력히 돌파해 나가는 한 해로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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