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작년 12월 전산업 생산이 2020년 4월 이후 3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하고 투자는 7%나 넘게 쪼그라들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3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는 등 경기 둔화 신호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작년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증가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全)산업 생산지수(원지수·농림어업 제외)는 116.4(2015=100)로 전년보다 3.3% 증가했다.
전산업 생산은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증가세를 유지해오다가 2020년(-1.1%)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처음 뒷걸음질했다. 이에 따른 기저효과 등의 영향이 더해져 2021년(4.9%)에는 2010년(6.5%) 이후 최고 증가 폭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중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전자부품, 화학제품 등에서 줄었으나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증가하면서다.
광공업 출하는 내수 출하가 0.4% 감소했으나 수출 출하가 0.4% 증가해 보합을 보였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5.3%로 전년보다 0.9%포인트(p) 상승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보다 4.8% 늘었다. 부동산, 수도·하수·폐기물처리에서 생산이 줄었으나 숙박·음식점, 금융·보험 등에서 늘면서 2007년(6.7%) 이후 15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지수(불변지수)는 119.8(2015=100)로 1년 전보다 0.2% 증가했다. 가전제품 등 내구재(-2.9%) 판매가 줄었으나 의복 등 준내구재(2.3%), 의약품 등 비내구재(0.9%) 판매가 늘었다.
소매업태별로는 전년 대비 슈퍼마켓·잡화점(-4.5%), 대형마트(-4.5%), 면세점(-7.3%), 승용차·연료소매점(-0.5%)은 감소했으나 백화점(8.0%), 전문소매점(1.0%), 편의점(4.4%), 무점포 소매(0.5%) 등은 증가했다.
기업이 미래에 대비해 기계·설비를 사는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2.9%) 및 자동차 등 운송장비(4.3%)에서 투자가 모두 늘면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은 토목(-1.9%)에서 줄었으나 건축(4.1%)에서 공사 실적이 늘면서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건설수주(경상)는 공장·창고 등 건축(8.3%)과 기계 설치 등 토목(24.3%)에서 수주가 모두 늘어 1년 전보다 11.7%나 늘었다.
◆작년 산업생산 1.6%↓…32개월 만에 최대 감소
지난해 12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지수·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1.6% 감소했다. 이는 2020년 4월(1.8%) 이후 32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작년 전산업 생산은 1월(-0.3%), 2월(-0.3%)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 3월(1.6%) 석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바 있다. 이어 4월(-0.9%)에는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가 5월(0.7%), 6월(0.8%) 재차 반등했다. 이후 7월(-0.2%), 8월(-0.1%), 9월(-0.4%), 10월(-1.5%)까지 고꾸라졌다가 11월(0.4%) 5개월 만에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2.9% 감소하며 2달 만에 내림세로 전환됐다. 반도체(4.9%) 등에서 생산이 늘었지만, 레저용 차량(RV), 중형승용차 등 완성차 생산이 9.5% 감소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인쇄회로기판 등 전자부품(-13.1%) 등에서도 생산이 줄었다.
작년 12월 제조업 생산도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반도체(4.9%), 1차 금속(3.1%), 전기장비(2.4%) 등에서 늘었지만, 자동차(-9.5%), 전자부품(-13.1%), 고무·플라스틱(-6.5%) 등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반도체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15.8%나 쪼그라들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경기 악화로 작년 2분기부터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이번 달 전월 대비 상승은 그동안 감소 폭이 컸던 것에 대한 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생산능력 지수는 104.8(2015=100)로 2020년 8월(104.6) 이후 2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 능력 대비 실적을 뜻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전월보다 2.5p 하락했다. 이는 2020년 7월(70.1%) 이후 29개월 만에 최저치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2% 쪼그라들면서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는 2010년 6~9월 감소한 이래 12년 3개월 만에 최장 감소다. 금융·보험(2.3%) 등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운수·창고(-3.7%), 숙박·음식점(-3.0%) 등에서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4% 늘며 4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9월(-2.0%), 10월(-0.2%), 11월(-1.7%)까지 약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4개월 만에 반등했다.
구체적으로 통신기기 및 컴퓨터 등 내구재(-2.7%) 판매가 줄었으나 평년보다 추운 날씨와 전월 판매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로 동절기 의류 판매가 증가하면서 준내구재(11.1%)가 늘었다. 대규모 할인행사 등으로 화장품 등 비내구재(0.1%) 판매도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7.1%나 급감하며 3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7.8%) 투자가 감소하고 자동차 등 운송장비(-4.8%) 투자도 줄어든 영향이다.
건설기성(불변)은 추운 날씨 등과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건축(-10.9%) 및 토목(-5.1%) 등에서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월보다 9.5% 감소했다. 기계설치 등 토목(16.3%)에서 늘었으나 사무실·점포 등 건축(-20.7%)에서 수주가 줄면서 건설수주(경상)도 1년 전보다 9.0% 뒷걸음질했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9p 하락하며 2020년 4월(-1.2p) 이후 3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내려갔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5p 하락하며 6개월 연속 주춤했다.
◆“내수 회복 흐름 약화…불확실성 확대”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산업활동동향과 관련해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에 화물연대·이태원 사고 등 일시적 요인까지 겹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전망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으로 수출·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 흐름이 약화되면서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내다봤다.
생산 측면에서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공급망 차질 완화 등 긍정적 요인도 있으나 그동안 누적된 재고, 반도체 경기 하강, 수출 감소세 지속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부동산 경기 하강, 여전히 높은 물가수준, 주요국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상반기 경기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반기 반등 기회를 최대한 살려 나갈 수 있도록 범부처의 정책 역량을 총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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