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10~12월) 1조7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0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경기 영향에 민감한 메모리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선언한 만큼 올 하반기(7~12월)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더라도 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총매출 7조6986억 원, 영업손실 1조7012억 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분기 적자는 2012년 3분기(7~9월·240억 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였던 영업손실 1조2105억 원보다 약 5000억 원 더 큰 적자를 냈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적자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매출의 약 95%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7~12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PC 등 정보기술(IT) 기기 관련 수요가 대폭 줄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가격도 덩달아 하락한 탓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700억 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는데 이는 두 회사의 사업 구조 차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의 약 60~70%는 메모리가 차지하고 있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부문이 최대 분기 매출을 내며 상쇄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욤제품(DDR4 8Gb)의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전달보다 18.1%가 하락했다. 지난해 1월(3.41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가량 떨어진 셈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4분기 반도체 기업 실적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메모리 부문에서 타격이 컸다”라며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SK하이닉스보다는 실적 악화가 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가격이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만큼 가격탄력성에 따라 메모리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1분기(1~3월) 중 업계 재고 수준이 정점을 기록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낮아지면서 하반기 수급 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올 1월 인텔이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래피즈를 출시하고, 중국의 팬데믹 봉쇄 이후 경기 회복 흐름 등을 긍정 요인으로 전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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