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대 금융지주 순익 16조5000억
당국 입김 등에 주주 환원엔 소극적
행동주의 펀드 “순익 50% 환원해야”
연체율 높아져 큰 폭 확대 어려울 듯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되는 국내 금융사들을 향해 주주들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익에 비례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올림으로써 회사의 성장 과실을 주주와 공유하라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문화가 정착된 해외와 달리 국내 금융업계는 감독당국의 입김이 강하고 금융회사들도 수익 쌓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관행이 금융회사 건전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증시에서 저평가를 초래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착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사상 최대 실적에 “주주환원 확대” 목소리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실적 전망 평균치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16조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2021년(14조5429억 원)보다 13.5%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지자 연초부터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최근엔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매년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주요 금융지주들에게 보내며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금융지주들은 해외에 비해 극심한 저평가에 시달려 왔다. 이는 비효율적 자본 배치와 현저히 낮고 가시성이 부족한 주주환원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지주들이 기본 배당성향을 30%로 유지하고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총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 4대 금융지주의 2021년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4∼26.0%였다. 2021년엔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인 곳도 없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나 JP모건, 싱가포르개발은행 등 해외 주요 금융사들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으로 이익의 평균 64%를 주주에게 돌려줬다.
국내 금융업계에선 성과급이나 배당 등을 결정할 때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한 데다 금융사들도 이익 배분보단 외연 성장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있어 그동안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의 금융사들이 성장과 재투자에 몰두한 나머지 주주환원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금융사는 저평가 해소를 통해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정부도 배당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건전성 우려에 큰 폭의 확대 어려울 듯
금융지주들도 지난해부터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을 늘리겠단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당장 큰 폭의 배당 확대는 어려워 보인다. KB, 신한, 하나금융은 지난해 1500억∼3000억 원가량의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다. 신한금융은 최근 경영포럼에서 보통주자본비율 12% 초과분을 전액 주주에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 여파로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해 12월 5대 은행의 가계·기업대출 연체율은 3개월 전과 비교해 일제히 상승했다. 이처럼 건전성이 나빠지면 은행들은 대손준비금 등을 추가로 쌓아야 해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든다.
금융당국도 배당보단 건전성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배당과 관련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핵심 관심사”라며 “이 문제가 해결된 다음 배당이 부차적인 문제로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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