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방지대책]
집값 100%서 90%로 보증 기준 강화… 3억 빌라, 전세 2억8500만원 세입자
연장땐 ‘2억7000만원+월세’ 돌려야 안심앱 통해 전세가율 등 안내 추진
5월부터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에 육박하는 ‘깡통전세’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이 금지된다. 전세사기꾼이 자신의 돈은 거의 안 들이고 주택 수백 채, 수천 채를 사들인 뒤 전세금을 떼먹는 사기에 악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안심전세앱’을 통해 빌라 시세와 전세가율 등을 알려 세입자가 깡통전세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악성 임대인 공개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 기준을 현재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100%에서 90% 이하로 강화하는 것이다. 매매가 3억 원 빌라에 전세 2억8500만 원(전세가율 95%)으로 거주하던 세입자라면 앞으로 보증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증금을 2억7000만 원(전세가율 90%)으로 낮추고, 나머지는 월세로 돌려야 보증보험 갱신이 가능해진다. 신규 계약은 5월부터, 갱신 계약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기존엔 전셋값이 집값과 같아도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이 허용됐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서였지만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치르는 무(無)자본 갭투자를 가능케 해 전세사기 위험을 키웠다. 실제 전세사기꾼들이 세입자에게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되니 안심하라’며 전세가를 높여 계약한 뒤 보증금을 빼돌리는 일이 잇따랐다. 인천에서 빌라 1139채를 보유했다가 전세금을 떼먹고 숨진 ‘빌라왕’ 주택의 전세가율은 98%에 달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전세대란이 불거지고 관련 대출이 여과 없이 풀리며 조직적 사기 집단에 먹잇감을 던져주고 다수 서민을 피해자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정부는 시세 정보 제공도 강화한다. 이날 낮 12시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HUG의 ‘안심전세앱’에서는 수도권 빌라의 시세와 예상 경매 낙찰가, 인근 지역 보증사고 현황 등을 알려준다. 앱에서는 적정 전세보증금이나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집주인의 채무·체납이나 보증사고 이력 등을 조회하는 기능도 담았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로 해당 주택을 낙찰받은 경우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해 청약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할 계획이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임대사업자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2021년 8월부터 임대사업자 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현장에선 의무 가입 대상자라며 세입자를 안심시킨 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기존에 깡통주택에 거주했던 세입자들은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해야 해 주거비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 24만 명의 25%인 6만 명이 전세가율 90% 이상인 깡통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세사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악성 임대인 여부와 체납 세금 유무 역시 현재는 사실상 제공이 불가능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임대인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 7월까지 세입자가 안심전세앱에서 해당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강제력을 부여하려면 주택도시기금법(보증사고 이력)과 주택임대차보호법(세금체납 정보) 등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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