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시간당 68대 정도를 생산한다. 하지만 현대차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울산 공장은 45대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 내 공장의 생산성이 미국의 3분의 2 수준인 것이다. 노조와 합의를 해야만 단위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단체협약이 결과적으로 경영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이러한 낮은 노동생산성과 느린 규제 개선 속도가 향후 경제성장률이 회복하는 데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 경쟁하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 대비 경영 환경이 월등히 떨어지고 있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총요소생산성 현황과 경쟁력 비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집계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21년 기준 시간당 42.9달러였다. 다른 주요국(G5)은 미국 74.8달러, 독일 68.3달러, 프랑스 66.7달러, 영국 59.1달러, 일본 47.3달러 등이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7.4%, 독일의 62.8%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 창출분을 측정한 것이다.
한국은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문할 만큼 해마다 낮은 노동생산성을 나타내고 있다. OECD 37개국 중 29위다.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데다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들이 이렇다 할 방어권을 갖지 못하는 것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G5 국가들과 비교하면 인재 경쟁력도 높다고 할 수 없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에서 매년 발표하는 인재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 133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미국(4위), 영국(10위), 독일(14위), 프랑스(19위), 일본(24위)보다 낮았다. 인재 양성, 해외 인재 유치 등 인재 확보 역량은 물론이고 보유하고 있는 인재의 수준을 분석한 결과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맞춰 재빠르게 변화하는데 한국은 유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인력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규제 환경’ 측면에서도 한국은 민간 경제활동 촉진을 위한 정부 지원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세계은행에서 집계한 2021년 규제개혁지수는 G5 평균이 1.43인데 한국은 1.10에 그쳤다. 2.5에 가까울수록 정부의 규제 개혁이 적극적이라는 뜻인데 한국은 소극적이라는 의미다.
낮은 노동효율성과 과도한 규제는 혁신성 저하로 이어졌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혁신성과지수는 48.4로 G5 평균인 61.1을 밑돌았다. 일본이 88.1로 한국의 1.8배였다. 연구개발(R&D)비 투입 대비 특허 수와 같은 실질적인 성과가 크게 떨어진 결과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총요소생산성(TFP)은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61.4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92.7), 프랑스(90.9), 영국(78.7), 일본(65.6) 등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TFP는 사회적 자본, 규제 환경, 혁신성, 인적 자본, 경제자유도 5개 분야를 모두 비교 분석한 지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면 규제환경 개선과 인적자본 확충 등 민간활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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