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 이상민 대표
시속 7km로 40kg 물건 나르는 ‘뉴비’… 수백 km 자율주행 무사고 배달 실증
카메라 센서로 제조원가 낮춰, “구인난 겪는 자영업자 돕고 싶어”
최근 서울 시내에서 눈이 달린 바퀴 네 개의 박스형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종종 목격된다. 2021년 10월 탄생한 ‘뉴비’다. 가로 56cm, 세로 67cm, 높이 69cm, 무게 60kg. 평균 시속 7km로 한 번에 40kg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
이 로봇을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이상민 대표(26)는 ‘우주 소년’이었다. 고교 시절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공모전에 우주 변기 아이디어를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2학년이던 2017년 로켓 동아리 형태로 창업해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다가 자율주행 로봇에서 인류의 미래를 찾은 그를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로 선정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빌리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스타트업이라서 오히려 규제를 허물 수 있었다”
뉴빌리티는 지난달 미국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인 CES에서 스마트시티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2일 윤석열 대통령은 CES 혁신상을 받은 기업인 40명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여기에 참석했던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 때 뉴비의 시연을 봤다’고 기억하더라”며 “(윤 대통령이) 스타트업을 막는 규제를 열심히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실내에서 서빙하는 로봇들과 달리 뉴비는 실외를 달린다. 골프장과 대학 캠퍼스 등에서 75대의 뉴비가 다니고 있다. 현행법상 자율주행 로봇은 사륜차로 분류돼 도로 주행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규제 완화 요구가 커지면서 2019년 12월부터 실증을 통한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 중이다. 도심지 도로와 달리 사유지 내 자율주행에는 제한이 없어 다양한 사유지에서 수백 km의 배달을 무사고로 실증해왔다. 로봇 분야는 민관이 합심해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다. 보도와 횡단보도에서의 로봇 통행은 올해 안에 허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이 나섰다면 뚫기 어려운 규제가 스타트업의 주도 덕분에 풀리고 있다’는 말도 듣는다.”
뉴비의 차별화된 특성은 센서다. 이 대표는 “대개의 로봇은 비싼 라이다 센서를 사용해 제조 원가가 수억 원 단위로 비싸진다”며 “우리는 10대의 카메라와 3대의 센서를 활용하는 센서 퓨전기술을 활용해 대당 목표 제조원가가 700만 원대라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가를 500만 원대까지 낮춰 로봇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게 그의 비전이다.
“로봇이라고 하면 대개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각하지만 일상에서는 로봇청소기가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고 있다.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위드 로봇’ 시대가 되려면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빨리 만들고 빨리 실패하며 로봇 시장을 키워야 한다.”
●“미래에도 인간은 운전하는 기쁨을 포기하지 않을 것”
이 대표가 친구들과 로켓 동아리로 시작한 창업은 여러 번 망할 뻔한 상황에서 은인을 만났다. “게임을 잘하게 만들어주는 장갑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듣고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과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절대로 돈 벌 수 없는 아이템”이라며 뜯어 말렸다. 다만 그 도전의식과 용기를 높이 사 각각 5000만 원씩 시드 투자를 해줬다. 이 대표가 나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을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었던 조광래 전 원장도 촉망받는 ‘우주 소년’이 창업을 택하자 “견디고 참고 기다려라”며 지금껏 멘토가 돼 주고 있다고 한다.
“창업 멤버들과 3년 동안 월급을 가져가지 않고 대기업들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외주 일을 독학하며 수행해 버텼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풀어야 하는 문제가 우주가 아닌 일상에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인난에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분들을 돕고 싶다.”
뉴빌리티는 삼성웰스토리, 신세계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롯데벤처스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268억 원의 투자(시리즈A)를 받았다. 유통 및 소비재 업체들이 주요 투자회사이면서 고객회사여서 조만간 뉴비가 B2C 형태로 고객과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대표는 말한다. “미래에도 로봇이 100% 인간을 대체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날이 와도 사람들은 운전하는 기쁨을 완전히 포기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로봇은 삶을 편리하게 해 주는 존재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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