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초부터는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가 허용된다. 외환시장 개장은 국제 금융 중심지인 런던에 맞춰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
정부는 이로써 오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고평가)’을 향해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7일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외환위기 경험 등으로 인해 폐쇄적으로 운영돼 온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적·경쟁적인 구조로 바꿔 시장 접근성을 국제적 수준까지 높인다는 목표 아래 마련됐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금융을 자금이 움직이는 혈맥에 비유한다면 외환은 나라 안팎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면서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 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 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은행, 서울 외환시장서 “원화 사요” 가능해진다
현재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하고, 국내 외환시장은 정부 인가를 받은 국내 금융기관만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에 지점이 있어야 하거나 국내 기관의 고객으로만 원화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외국 금융기관이 우리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허용할 계획이다.
다만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 인가를 받은 기관이어야 하며, 현재 국내 기관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유형인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으로 대상을 제한할 방침이다. 헤지펀드 등 단순 투기 목적 기관은 불허한다.
정부는 이들을 인가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 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들 RFI는 우리 은행 간 시장에서 현물환뿐만 아니라 만기 1년 이하 단기 외화자금거래인 FX스와프 거래도 할 수 있게 된다. FX스와프는 주로 국내 투자 외국인이 환위험을 회피(환헤지)하고자 활용하는데, 시장 참여자로서 정상적 영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 시장도 개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통화스와프(CRS) 등 기타 파생상품 개방 여부는 방안 시행 이후 시장 여건, 수요 등을 고려해 판단하기로 했다.
◇똑같이 국내 중개사 거쳐야…“시장관리 동일”
RFI가 은행 간 거래에 따라 원화 결제를 하려면 당국 인가를 받은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통해야 한다.
만약 외국 금융기관이 비인가 외국 중개회사를 통하거나 1 대 1로 직접 거래하는 경우 당국 모니터링이 불가능하고 사실상 역외에 원화 시장이 개설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RFI는 의무 이행 확약서를 내며 당국 보고·자료제출 등에 협조해야 한다. 만일 중대한 의무 위반을 했다면 인가는 직권 취소될 수 있다.
송대근 한은 국제국 외환업무부장은 “실효적인 RFI 감독체계를 구축하겠다”며 “RFI도 결국 국내 외환중개사를 통해 거래하기에 모든 거래가 실시간 파악되고 거래 이후에도 국내 기관이 외환 전산망을 통해 보고하는 것처럼 RFI도 같은 내용을 전산망에 보고하는 체계를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관리관은 “당국의 거래 모니터링, 시장 관리 기능은 현재와 동일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런던·뉴욕과 시계 맞춰…개인 투자자 편의도↑
현재 오후 3시30분에 끝나는 개장시간은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간인 오전 2시까지로 연장한다.
이로써 국내 외환시장은 아침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문 열게 된다. 미국 뉴욕의 개장 시간과도 일부 겹친다.
정부는 추후 은행권 준비, 시장 여건 등을 봐가며 24시간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외국 기관 투자자만 아니라 해외 자산에 관심 있는 개인 투자자의 편의성도 높이는 조치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예컨대 현재는 야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자 환전을 하려면 외환시장 마감 탓에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假) 환율로 1차 환전을 하고 다음 날 우리 외환시장 개장 이후 실제 시장환율로 정산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거래 절차가 불편할 뿐 아니라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환율로 환전됨에 따라 당초 원한 수량만큼 주식을 사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밤 시간에도 시장환율로 바로 환전이 가능해 원래 계획대로 투자가 가능하다.
◇시장 변동성 위험?…“오히려 안정”
정부는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시장 거래량이 증가하고 다양한 거래 동기를 지닌 시장 참가자들이 들어서면서 오히려 시장 변동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역외 차액결제 선물환(NDF) 거래를 국내 외환시장이 흡수하면서 환율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NDF는 일반적인 선물환 거래와 달리 원화 결제가 필요없어 역외에서 24시간 자유롭게 이뤄지고 투기에도 용이한 거래다.
최근 원·달러 NDF 시장은 크게 성장했는데, 정부는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접근성이 제한된 결과 역외 NDF 시장이 이같이 기형적으로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김성욱 국제경제관리관은 “최근 주객(主客)이 전도돼 시장 불안 시 역외 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환율 움직임을 주도하고 원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통화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며 “NDF 시장이 현물환 시장으로 대체되면 보다 대형기관으로부터 안정적 자금이 들어올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대근 외환업무부장도 “이번 방안에 따라 환율 변동성은 보다 안정적 흐름을 가져가지 않을까 기대된다”며 “역외에서는 국내 원화 자산에 대한 관심과 투자 수요가 늘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양방향 수요를 가진 시장 참가자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올해 법 개정 등 준비를 거쳐 내년 6개월 정도 시범운영 이후 하반기 정식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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