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페이 투 윈(Pay to Win·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캡슐형 아이템(캡슐 등에 담겨 우연에 의해 결과가 나오는 아이템) 역시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
지난달 5일, 넥슨의 신작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조재윤 총괄 디렉터가 다음 달 9일 출시되는 신작에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용자가 돈을 내고 구매해도 효과나 성능 등이 우연히 결정돼 지나친 과금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에서 없애겠다는 설명이다.
●강화되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새 수익모델 채택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을 대체할 새로운 수익모델과 시장을 찾는 것이 게임 업계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통과시키는 등 관련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이용자가 많은 돈을 쓰게 만들었던 기존의 수익 모델을 버리고 확률형 아이템에 거부감이 큰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비롯해 던전앤파이터, 바람의나라, 서든어택 등 자사 대표 게임에 새로운 수익모델인 ‘배틀패스’를 전부 또는 일부 채택했다. 배틀패스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무료로 게임을 즐길 때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구독 시스템이다. 확률형 아이템과 달리 돈을 내면 무조건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이용자가 과금을 하던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 관계자는 “2019년~2020년경 서든어택에 배틀패스 시스템을 도입해 2%정도에 머물던 PC방 점유율이 2~3배가량 높아졌다”며 “유저들이 게임에 머무르는 시간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 외에도 지난달 5일 출시된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X’를 비롯해 ‘오버워치2’, ‘디아블로4’ 등도 비슷한 방식을 채택하면서 구독 모델이 게임 업계의 대세가 되는 추세다.
●‘P2E는 불법’ 못박은 법원…게임사들 해외 진출 가속화
확률형 아이템 외에도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을 게임에 접목한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돈버는 게임) 게임’에 대해서도 규제가 이어지며 관련 게임회사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2건의 판결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P2E 게임 국내 유통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게임사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은 일부 아이템을 ‘대체불가토큰(NFT)’화할 수 있는데 재판부는 NFT가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 경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게임 서비스를 중지시켰다.
게임사들은 “국내시장에서의 규제는 예상된 부분”이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외에서 사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P2E 게임의 대표주자 격인 위메이드는 지난달 31일 글로벌 출시한 ‘미르M’의 해외 이용자 확대 등을 위해 출시 약 일주일 만에 서버를 2배 수준으로 증설했다. 넷마블은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마브렉스가 지난달 11일 글로벌 디지털 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협업을 발표하며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등을 강화하고 있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결국 이용자들도 ‘돈을 써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 재밌는 게임에 돈을 쓰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바뀌는 트렌드에 발을 맞추지 못한 게임들은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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