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크고 고질적인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저출산 고령화’를 떠올리실 것 같아요.
이대로 가다가는 1990년대생부터 국민연금을 못 받을 거란 이야기도 나오고, 학생이 줄다 보니 학교가 사라지고있다는 보도도 나오고요. 정부가 인구 문제와 관련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문제의 규모가 크다보니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딱히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이 빛을 발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럼 이대로 한국은 없어지게 되는 걸까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 중 하나로 스타트업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8일 오후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개최한 인구혁신포럼에서 공개됐는데요. 내용 일부를 독자여러분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구 문제, 스타트업이 나서면 해결 가능”
이날 포럼 주제는 구체적으로 ‘스타트업, 인구문제를 푸는 실마리’였습니다.
키노트 세션에서 연사로 나선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한국 인구가 2000만 명밖에 남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리끼리 잘 살면 되지 않나’라고 하지만 인구가 줄면 재정이 파탄나고 산업기반과 경제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문제의 크기는 곧 시장의 크기”라며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시장은 크고 수익성도 굉장히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빠른 실행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인구 문제를 ‘고객 중심’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해결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 대표가 사례로 제시한 것은 전기차였는데요.
전기차라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떠올리는 건 테슬라이지만, 사실 세계 최초로 상용 전기차를 만든 곳은 GM입니다. 경제성과 기후위기의 가치를 중심으로 EV1이라는 이름의 전기차를 내놓았는데요, 미국에서 음모론이 나올 정도로 여러 이유로 인해 첫 선을 보인 지 4~5년 뒤에 모든 차를 회수해 폐차시켰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다소 황당한 접근방법으로 첫 전기차를 선보였습니다. 노트북용 배터리 6800개를 모아 집약시켜 스포츠카를 만들었는데요. ‘기후위기’라는 메시지를 내걸기보다는 사람들의 ‘힙한 욕망’을 겨냥했고, 그 결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나온 모델이 모델S, 모델3, 모델X, 모델Y입니다. ‘모델’뒤에 나온 글자들을 합치면 ‘SEXY(3의 경우 E를 거꾸로 씀)’입니다. 그리고 테슬라를 계기로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죠.
이 대표는 “‘가치’를 강조하면 고객에게는 너무 무겁고 욕망과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다”며 “테슬라의 전기차는 기후 위기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박재범 소주’로 불리는 ‘원소주’도 스타트업이 사회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꼽혔습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재배되는 ‘토토미’라는 쌀은 연간 1만3000t씩 생산되면서 과잉생산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소주 생산을 위해 스타트업 ‘원스피리츠’가 토토미 쌀을 1만t씩 구입하면서 과잉생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습니다. 만약 과잉생산의 문제를 정책적으로 풀어나가려 했다면 수매를 하거나 불태우는 등의 방법이 해결책으로 제시됐을 텐데, 힙한 방식으로 풀어낸 셈입니다.
이 대표는 “인구문제도 돌려서 생각해야 한다”며 “욕망적이고 욕구적인 접근을 고객의 가치적인 부분들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고민하면 시장 기회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연사로 나온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인구문제는 스타트업이 접근하기 너무나 좋은 아이템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는 인구를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인구 정책 역시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왔는데요. 정책과 제도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쉽지 않다보니 인구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조 교수가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응에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특성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조 교수는 인구의 속성이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입장에서도 유용하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인구정책이라고 하면 보통 출산만 생각하지만 결혼, 관계, 출산준비, 모자보건, 양육과 보육, 교육, 워라밸, 또래집단, 먹거리 등 관련된 게 매우 많고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인구는 계량 가능하고 예측도 가능하다. 스타트업이 기업으로서 시장을 분석하고 성장성과 수익성을 타진할 때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관점 변화로 인구 관련 문제 해결하는 스타트업
이날 인구문제에 접근하는 스타트업으로 소개된 기업은 △더뉴그레이 △데카르트 △디플HR △클리 △아워스팟 등 다섯 곳입니다.
시니어 패션 콘텐츠 스타트업인 ‘더뉴그레이’는 평범한 중년 아저씨를 멋쟁이로 변신시키는 ‘메이크오버’ 프로젝트를 기본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니어 모델과 인플루언서 양성 아카데미도 운영하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3년간 60여 개 기업과 광고캠페인도 진행했다고 합니다.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는 “시니어를 케어의 대상이 아니라, 고령화 시대 사회 주체로서 인식했다”며 “대부분 시니어 시장을 ‘웰 다잉’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지만, 우리는 ‘웰 에이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 ‘데카르트’는 뇌 건강관리 앱을 만든 기업입니다. 해당 앱은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아 2021년 구글플레이가 뽑은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이제빈 데카르트 대표가 주목한 것은 ‘죽는 것과 병드는 것이 아닌, 에이징’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치매예방이라고 하면 흰머리가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건강센터에서 퍼즐을 맞추거나 춤을 추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그런식으로는 뇌 건강을 관리하기에 어림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가 발견한 것은 5060 세대도 본인들의 감각은 30대 후반에 멈춰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기존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깨달은 것이죠.
이 대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치매포털’이 아니라 30대 후반의 취향과 톤앤매너가 따라줘야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2030세대가 앱을 통해 경험하는 기술 혜택들을 5060세대도 쉽게 사용하며 프레시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구문제, 너무나 크고 얽혀있는 요소들이 많아 해결이 쉽지는 않아보이지만, 관련된 문제들에 접근하는 스타트업이 더 생겨난다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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