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속 이자이익 20% 넘어
서민들 빚 부담 크게 늘어난 상황
300% 넘는 성과급으로 논란 키워
“소비자 보호 장치 시급” 목소리
고금리 기조에서 역대급 이자 이익을 거둔 은행들을 필두로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익을 기록했다. 금융사들은 높은 실적을 거뒀지만, 서민들의 빚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자 장사’로 이익만 챙겼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고금리에 은행 이자이익 20% 이상 증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우리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2조22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전년도(11조167억 원)보다도 증가했다.
신한금융이 2021년보다 15.5% 증가한 4조6423억 원, KB금융이 0.1% 늘어난 4조4133억 원의 순이익을 각각 달성했다. 신한금융은 9년 연속 순이익이 늘며 3년 만에 KB금융을 제치고 ‘리딩 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우리금융의 순이익도 전년 대비 22.5% 증가한 3조1693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9일 실적을 발표하는 하나금융 역시 2021년도 실적(3조5216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그룹들이 잇달아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은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이자로 벌어들인 금액은 8조2052억원으로2021년(6조6118억원)보다 24.1% 늘어났다. KB국민은행의 이자 이익은 1년 전보다 20.2% 증가한 9조2910억 원이었고, 우리은행 역시 7조41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3% 급증했다.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지난해 2631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카카오뱅크의 이자 이익은 1조2939억 원으로, 2021년(7860억 원)보다 64.6%나 증가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IBK기업은행 역시 순이익이 2조79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3% 증가했다.
은행들은 통상 금리 상승기에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빨리 올리면서 이자 마진을 확대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국민들의 빚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최근 은행들은 이런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기본급 300%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여론 질타에 최대 실적에도 숨죽이는 금융권
금융당국은 은행의 ‘공공성’을 연일 강조하며 막대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은행은 과점(寡占)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되는 측면이 있다”며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에 자금 지원 기능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기 전에 사회공헌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당국의 압박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그다지 반색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도 여느 때처럼 자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은 이익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올해도 많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 등 금융사들이 대출을 통해 손쉽게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자마진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은행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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