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4조 원 넘게 줄며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고금리에 시달린 가계가 명절 상여금 등으로 생긴 여윳돈으로 은행 빚부터 갚은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6000억 원 감소했다. 감소 폭은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4년 1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컸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9월 이후 11월까지 3개월 연속 줄어들다 12월(3000억 원) 소폭 늘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 말 규모를 유지했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한 달 새 4조6000억 원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진 데다 부동산 경기도 부진해 신규 주택자금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담대는 정체 상태”라며 “기타대출은 지난해 연중 감소세를 이어간 데다 연말연초 상여금 유입이라는 계절적 특성과 맞물려 감소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8조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상호금융(―3조 원)과 여신전문금융회사(―4000억 원)를 중심으로 3조4000억 원 줄었다. 특히 주담대가 6000억 원 줄어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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