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주요 시중은행에서만 직원 2200여 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별퇴직금 등으로 1인당 평균 6억~7억 원씩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희망퇴직이 정례화되면서 은행원들이 수억 원대 퇴직금을 받는 일이 잦아지자, 희망퇴직이 구조조정보다는 서민들의 이자로 얻은 수익을 직원들에게 챙겨주는 ‘복지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KB국민(713명), 신한(388명), 하나(279명), 우리(349명), NH농협(493명) 등 5대 시중은행에서 2222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2244명)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희망퇴직자들은 연차에 따라 최대 39개월치 월평균 임금과 학자금 및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비 등을 특별퇴직금으로 받으며 퇴직했다.
이중 국민, 신한,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에 1336억~2725억 원의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했다. 이를 각 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로 나누면 1인당 평균 3억4000만~4억4000만 원의 특별퇴직금을 수령한 셈이다. 예컨대 한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비용은 1547억 원이었는데, 이를 349명으로 나누면 희망퇴직자 한 명에게 평균 4억4327만 원이 돌아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법정퇴직금을 더하면 희망퇴직자들은 1인당 최소 6억~7억 원을 수령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의 지점장급 직원은 “보통 부지점장급 이상 은행원들은 특별퇴직금으로만 4억~5억 원을 챙길 수 있어 법정퇴직금 등을 합하면 최소 7억~8억 원의 목돈이 생긴다”며 “인생 2막을 충분히 설계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들의 2022년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2021년 말~2022년 초에 회사를 떠난 은행원 중 일부는 법정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합쳐 1인당 8억~9억 원,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았다. 이 기간 신한은행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상위 5명은 모두 지점장급 희망퇴직자들로 8억4700만~9억8000만 원을 수령했다. 하나은행에선 상위 5명의 희망퇴직자들이 모두 10억 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았다.
몇 년 전부터 은행들은 비대면 전환으로 인한 지점 감소, 신입 행원 채용을 위한 인력 효율화 등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정례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막대한 실적을 거둔 만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상 연령을 낮추고 조건을 올려가며 희망퇴직을 장려하는 추세다.
그러나 은행원들이 수억 원대 성과급이나 퇴직금을 챙기는 일이 계속되면서 “서민들에게 이자를 받아 손쉽게 벌어들인 이익을 직원 복지처럼 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는데 여기엔 각 은행에서 벌어들인 이자이익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6일 은행이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을 얻는 특권적 지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위급 임원 등에 대한 성과급이 수억~수십억 원이 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어렵고 이를 해당 금융사의 공로로만 돌리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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