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잇따라 올라 물가 압박
상반기까지는 4%대 물가 지속될 듯
한은, 고물가-저성장 이중고 처해
금리 인상론-동결론 사이서 고심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히 간다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대응) 쪽으로 턴(turn·전환) 시켜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행사에서 “금리 정책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쭉 나타난다. 올해는 물가와 경기를 함께 신경 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7∼12월)부터 경제 정책의 방점을 ‘경기 회복’에 두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공공요금발 물가 상승 압박으로 새해 벽두부터 5%대 고물가가 지속되는 데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물가 흐름을 ‘상고하저’로 예상한다.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1∼6월) 4%대를 유지하다 하반기(7∼12월)에 3%대로 떨어져 연간으로는 3.5%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 대응을 위한 정책 전환 시점을 하반기로 보는 이유다.
수출 감소로 지난해 4분기(10∼12월)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의 저성장 전망도 정책 전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고용 상황도 심상치 않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해(83만3000명)의 12%에 불과한 10만 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상반기 중 재정 집행 규모를 역대 최고인 65%(340조 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한정된 재정 투입을 상반기에 집중해 경기 침체를 방지하고 물가도 수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줄을 잇고 있어 정부 예상대로 물가가 꺾일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대구시가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서울시도 1일부터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했다. 다음 달에는 경기도가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4월에는 서울시가 지하철 및 버스요금을 300∼400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공공요금발 물가 압박이 이어지는 국면에서 섣부른 경기 부양책이 고물가를 부추겨 소비 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물가와 저성장의 이중고에 처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신년사에서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물가·경기·금융 간 상충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도 동결론과 인상론이 엇갈린다. 인상론은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과 더불어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주목한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로 2000년 10월(1.50%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에 따른 원화 절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올 초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채권을 6조5000억 원 넘게 팔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동결론은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데다 정부의 정책 전환을 현실적으로 외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높인 반면 한국은 2.0%에서 1.7%로 낮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높은 물가 수준 등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 요인이 혼재해 어느 때보다 금리 추이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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