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임상 돌입, 추가 시험결과 앞둬
구글-메타 등 신약개발 AI 경쟁
“임상 2, 3상 지켜봐야” 신중론도
인공지능(AI)으로 발굴한 신약 후보 물질의 임상시험 결과가 처음으로 발표되면서 AI 활용 신약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와 의약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23개의 AI 발굴 약물의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 안에 2, 3건의 시험 결과가 추가 발표될 예정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AI 신약 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신은 지난달 10일 특발성 폐섬유증(IPF) 약물 후보물질인 ‘INS018-055’의 임상 1상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회사는 조만간 약물의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약 개발 과정은 질병을 유발하는 ‘불량 단백질’ 발굴, 약물 후보 물질 선별, 전임상, 임상 1상부터 3상까지로 구성된다.
AI 활용은 전임상 전 단계에 집중되는 추세다. 기존에는 신약 물질을 찾기 위해 수만 가지 소분자 화합물을 합성해 불량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일일이 실험으로 확인해야 했다. 이 과정에 드는 시간은 신약 개발 기간 평균 10년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인실리코 메디신은 ‘INS018-055’를 발굴하는 데 46일이 걸렸다고 밝혔다. 신약 개발에 나선 뒤 1상 시험 성공까지 시간도 통상 8년에서 3년 5개월로 단축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회사는 비용 역시 크게 줄였다고 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은 평균 2조∼3조 원으로, AI를 이용할 경우 약 6000억 원까지 줄일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2020년 12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알파폴드2’를 선보인 뒤 지난해 7월 알파폴드로 예측한 2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공개했다.
메타 역시 지난해 11월 알파폴드보다 예측 속도가 60배가량 빠른 ‘ESM폴드’를 공개했다. ESM폴드는 예측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구조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불량 단백질의 구조 예측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챗GPT 등 ‘생성 AI’를 이용한 단백질 생성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팀은 ‘로제타폴드 디퓨전’을, 미국 바이오 기업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신은 ‘크로마’라는 AI를 각각 개발했다. 베이커 교수는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DALE-E)’에서 영감을 받아 로제타폴드 디퓨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AI가 발굴 및 생성한 물질이 인간에게 안전하고 효능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계 내 의견이 분분하다. 김화종 강원대 컴퓨터학부 교수는 “AI가 발굴한 약물의 임상 결과가 축적돼야 산업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인실리코 메디신의 임상 1상 결과가 첫걸음”이라고 했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인 신테카바이오의 신지윤 책임연구원은 “약물의 효능을 보려면 임상 2∼3상 결과를 봐야 한다”며 “아직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3상에서 AI의 역할이 한정적이라,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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