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난해 얘기입니다. 1월 통계청에서 발표된 2022년 연간 고용동향 통계 보고서 내용이죠. 어때요, 마음에 와닿으시나요?
연간 취업자 수가 2021년 2727만3000명에서 지난해 2808만9000명으로 1년 만에 81만6000명이 늘었다고 합니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2000년은 1997년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었다가, 가까스로 취업시장에 회복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해입니다. 1998년 한 해 동안 취업자 감소 폭이 역대 최대 규모인 127만6000명에 달했으니, 2000년 취업자 수가 88만2000명 증가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이후로 한 해 취업자 증가폭은 평균 30만 명 언저리. 지난해 22년 만에 나타난 80만 명대 취업자 증가폭은 상당히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통계치는 선뜻 납득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폭발적인 취업자 증가폭은 고용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회복된 결과라고 하는데요, 코로나19의 고용시장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취업자 감소폭은 21만8000명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은 이 감소폭을 다 회복하고도 3배를 더 뛰어올랐네요. 우리 경제가 그만큼 비약적인 풍요를 달성했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경제 충격에 대한 임시 처방으로 금리를 바짝 내리면서 금융 자산과 부동산 자산 가격이 폭등했지만, 실물경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거든요. 아무래도 취업자 통계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기와 조금 동떨어진 것 같습니다.
●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37만 명 증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듯한 취업자 수 통계를 보완하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활용하고 있는 전일제 환산(Full Time Equivalent, FTE) 고용 통계입니다.
FTE 통계는 기존의 고용 통계와 무엇이 다를까요? 기존의 취업자 수 집계 방식을 ‘머릿수 세기’(head count)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누구든지 ‘일을 하고 있다’라고 답한 사람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풀타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도 1명, 구청에서 모집하는 월 10시간짜리 단기 아르바이트에 참여한 사람도 모두 똑같이 1명으로 집계됩니다.
어떤 A국가에 풀타임 직장인이 100명 있고, 이웃 B국가에 단기 아르바이트만 100명 있다고 할 때, 기존 통계방식으로는 두 나라 취업자 수는 똑같이 100명으로 집계됩니다. B국가의 고용시장이 A국가보다 질적으로 훨씬 열악하지만, 통계에 이런 차이가 잡히지 않는 것이죠.
반면 FTE 방식은 취업자 수를 실제 일한 시간으로 환산합니다. 1주일간 일한 시간에 40을 나누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1주일에 40시간을 일한 사람은 취업자 1명으로 계산되고, 1주일 10시간짜리 아르바이트만 뛴 사람은 0.25명(10 나누기 40)으로 계산됩니다. 반면 야근과 주말근무로 주 50시간 일한 사람은 1.25명으로 계산되죠. FTE 방식으로 계산하면 가상의 국가 A와 B의 고용시장의 질적 차이가 취업자 수 통계에 나타나게 됩니다.
OECD에서는 국가별로 1~2년 늦은 수치를 공개하고 있어 현황을 즉각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OECD에서 제공하는 계산식을 바탕으로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해 지난해 국내 FTE 취업자 수를 계산해봤습니다. 역시나, 지난해 FTE 취업자 수는 268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6000명만 증가하는 데 그쳤네요. 통계청이 발표한 82만 명에 비해서는 절반도 안 되는 수치죠. 증가폭은 2014년(113만9000명)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규모, 22년 만에 최대치라는 통계청 발표보다는 다소 겸손해보이네요. 외환위기 직후 회복기인 2000년 증가폭(117만6540명)과는 비교가 안 되는 작은 규모입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과 좀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산업군
머릿수 세기 방식
FTE 방식
농림어업
6만7000명
5000명
제조업
13만5000명
2만1000명
건설업
3만3000명
1만1000명
도매·소매업
-4만1000명
-13만9000명
운수·창고업
6만9000명
7만4000명
숙박·음식업
8만4000명
6만9000명
정보통신업
8만0000명
4만8000명
금융·보험업
-2만6000명
-4만3000명
부동산업
2만1000명
0명
전문·과학기술서비스
6만9000명
3만3000명
사업시설관리·임대서비스
2만7000명
5000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
7만1000명
5만5000명
교육서비스
6만2000명
0명
보건·사회복지서비스
18만0000명
9만9000명
예술·스포츠
1만5000명
1만6000명
협회·단체·개인서비스
-1만6000명
-1만6000명
종사상 지위
머릿수 세기 방식
FTE 방식
상용
80만5000명
42만3000명
임시
4만3000명
-8만3000명
일용
-10만0000명
-9만4000명
고용원있는자영업자
5만8000명
3만8000명
고용원없는자영없자
6만1000명
-6000명
무급가족
-5만2000명
-6만5000명
연령대
머릿수 세기 방식
FTE 방식
전체
81만6000명
36만6000명
65세 미만
54만4000명
15만4000명
30세 미만
11만9000명
3만9000명
20대
11만2000명
4만3000명
30대
4만6000명
-6만1000명
40대
3000명
-9만3000명
50대
19만6000명
11만6000명
60세 이상
45만2000명
36만5000명
● 60세 미만 FTE 취업자 수 고작 1000명 증가…3040세대는 감소
FTE 통계를 좀더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머릿수 방식 취업자 수와 FTE 취업자 수의 증가폭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요? 어디에선가 일자리 개수는 많이 늘었는데, 그 중 일하는 시간은 얼마 안 되는 임시적인 일자리 비중이 높았다는 뜻입니다. 일종의 ‘통계 거품’이 생겼다고 할 수 있죠.
가까운 과거에도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였던 2018~2020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머릿수 방식 취업자 수와 FTE 취업자 수의 괴리가 두드러지는 모습이 나타났죠. 2018년 통계청 취업자 수는 전년비 9만7000명 증가한 반면 FTE 취업자는 75만9000명 감소했습니다. 2019년에는 통계청 취업자 수가 30만1000명 증가, FTE 취업자 수는 24만 명 감소했고요. 2020년에는 통계청 취업자 수가 21만8000명 감소했지만 FTE 취업자 수는 137만8000명이나 감소해 두 통계치 사이에 10만 명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이런 차이가 나타났던 이유로는 문재인 정부의 ‘노인 아르바이트’ 정책이 꼽혔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 창출 전략의 하나로 매년 수십만 명의 노인들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세금을 들여 직접 고용하도록 했습니다. 이 일자리 중에는 근로시간이 주 10시간 미만으로 매우 짧고, 근속기간도 1년 이하인 단기 아르바이트가 많았죠. 이들이 취업자 통계의 ‘머릿수’를 채웠기 때문에, 오죽하면 ‘정부가 세금으로 고용통계를 부풀렸다’는 비판까지 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통계를 살펴보면 60대에서 두 통계치의 괴리가 두드러졌습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37만5000명 늘어났던 반면 FTE 취업자 수는 9만1000명 증가했습니다. 60대에 ‘머릿수’만 채우는 부실한 일자리가 많이 증가했던 탓이죠.
그런데 2022년에는 이전과 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60대 미만의 청장년 세대 일자리에서 두 통계치의 괴리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죠.
연령대별로 두 통계치를 비교해보면, 지난해 15세 이상 60세 미만 취업자는 머릿수 방식으로 36만5000명 늘어난 반면 FTE 방식으로는 고작 1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30대와 40대 취업자 수가 머릿수 방식으로는 증가한 반면 FTE 방식으로는 오히려 감소한 탓이죠. 이에 비해 60세 이상 일자리는 두 집계방식으로 각각 45만2000명, 36만5000명 늘어, 상대적으로 괴리가 작았습니다.
업종별 취업자 수를 보면, 2018~2020년에는 노인 공공일자리가 많은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FTE 취업자 수와 머릿수 방식 취업자 수의 괴리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청장년층이 근무하는 주요 업종들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수는 머릿수 방식으로 13만5000명 늘었지만 FTE 방식으로는 겨우 2만1000명 늘었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매·소매업 취업자 수가 4만 1000명 줄었는데, FTE 방식으로는 3배 이상인 13만9000명이나 감소했습니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머릿수 방식으로 80만5000명 증가한 상용직은 FTE 방식으로는 절반 수준인 42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4만3000명 증가했다는 임시직은 FTE 방식으로 8만3000명 감소했습니다. 6만1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도 FTE 방식으로는 6000명 감소했습니다.
● 문 정부 때 좌절된됐던 FTE 지표 도입…이번 정부에서는?
OECD는 과거 유럽에서 발생했던 취업률 통계 거품을 보정하기 위해 FTE 지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0년 전후로 독일, 네덜란드에서 노동 유연화 과정에서 하나의 일자리를 여러 개의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쪼개 여러 사람이 나누도록 하는 ‘미니잡’ 근무를 정책적으로 장려했는데요. 이 때문에 머릿수 방식의 취업자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해 독일은 고용률을 성공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한 편으로 고용통계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FTE 통계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단시간 일자리에 의한 통계 과장 효과를 보정하기 위해 참고 됐습니다.
한국에서도 2018년 이후 정책적으로 단기 아르바이트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통계 과장 효과를 보정하기 위해 FTE 통계를 보조지표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와 한국경제연구원 등이 FTE 통계 활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냈으며,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가 “전일제 환산방식(FTE)으로 추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통계청장 재임시절이던 2016년 FTE 통계의 공식 도입을 검토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도입이 무산됐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정권 교체로 단기 일자리를 늘리던 정책 기조가 바뀌긴 했지만, 2022년 고용통계를 보면 여전히 보조지표로써 FTE를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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