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산 강서구 에어부산 사옥에서 만난 안병석 에어부산 대표는 “기존 노선들을 수익 측면에서, 고객들의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등을 고려해 재검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년간 축적해온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익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의미다.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에어부산 대표로 취임한 안 대표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기간 직격타를 입은 회사의 재무 상태 개선과 직원들의 고용, 노선 회복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승무원의 손을 봤다. 소독제를 너무 사용해서 손 전체가 갈라지는 등 많이 상했더라.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직원들의 희생으로 버텼는데, 지난해부터 조금씩 살아나서 숨통이 트였다. 바닥을 치고 반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에어부산의 영업이익률은 20% 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대확산 이전 5~1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훌쩍 넘는 성과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대부분 완화됐고, 일본 무비자 입국 등이 재개되면서 여객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 수요가 공급석을 초과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고, 항공운임이 오르면서 항공사들의 수익도 올라갔다. 업계에서는 올해 에어부산이 2018년에 달성한 역대 최고 매출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은 그 동안 체질 개선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 기존에 있던 26대 항공기 중 노후화된 항공기 5대를 반납했다. 항공기를 반납할 땐 원상 복구 등을 해야 해서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기간에 이런 일회성 비용을 털어 냈다. 항공사의 대표적인 비용 중 하나인 항공기 정비비도 크게 줄였다. 기존엔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정비 의존도가 높았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해온 이른바 ‘정비 독립’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아시아나항공을 거치지 않고 정비를 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정비비가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관행을 탈피한 것도 수익을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정량화된 지표인 탑승률 달성을 위해 운임을 필요 이상으로 낮추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보여 주기식 통계보다는 내실 있는 지표와 성과, 수익률을 중시하게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에어부산은 다른 항공사들과는 다르게 ‘인천’이라는 또 다른 시장이 생겼다. 부산을 중심으로 주로 취항했었는데, 코로나19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인천발 노선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천~후쿠오카, 오사카, 나리타 등 일본 노선과 칭다오, 코타키나발루, 나트랑, 방콕 등 알짜 노선에 연달아 취항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부터 비인기 노선 13개를 줄였지만, 10여 개 노선에 신규 취항을 했다.
안 대표는 “항공기가 줄면서 노선을 일부 줄이는 불가피한 선택을 했지만, 인천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얻은 셈”이라며 “1월 인천발 일본 노선 탑승률은 90%에 육박한다. 작년 1월과 비교해보면 운항편은 약 67배, 승객수는 98배나 늘었다. 인천에서도 성적이 좋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연말에 A321네오 항공기를 2대 더 들여올 계획이다. 기존에 있던 항공기들보다 연료 효율성이 15% 더 좋아졌고, 더 멀리 가는 기종이다. 에어부산은 신기종을 앞세워 부산~싱가포르 등의 노선에 신규 취항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고객들의 선호나 특색을 더 세밀히 분석하면서 노선 운영을 할 계획이다. 부산 지역 승객들은 휴양지보다는 관광지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우리의 데이터와 취항 국가의 데이터, 소비자 정보에 대해 분석을 통해서 맞춤형 노선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김해~하네다, 송산, 훙차오 등 동남권 고객들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전략 노선을 계획 중이다.
특히 기내식과 면세품 등 부가서비스도 강화한다. 에어부산은 올해부터 분기별로 기내식과 밀키트 등을 개편하면서 고객들에게 다양한 기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유상좌석과 기내식, 면세품 등을 중심으로 전체 매출의 8~10% 정도를 부가서비스로 채워갈 계획이다. 기내 면세품도 종류를 200개 이상으로 계획하고 있고, 프리미엄 화장품과 술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계속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올해 ‘지속․질적․고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2019년의 약 66% 수준으로 운항하고 있다. 연말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 수요와 공급석이 균형을 맞춰가면서 운임이 낮아지게 된다는 의미다. 안 대표는 “하반기부터는 운임이 많이 올라간 상황이 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이 확대되면 소비자 위주의 시장이 또 형성될 수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노선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여행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4년 만의 흑자 전환도 올해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이 지역을 대표하는 항공사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신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운 기종을 도입해서라도 더 멀리 취항하면서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다양한 노선을 운영할 수 있는 적절한 항공기가 있을 것이고, 또 다양한 노선 운영 방식이 있을 것이다. 고민하고 있다. 김해공항이나 가덕도 신공항이 어떤 역할을 할진 모르겠으나, 중요한 건 공항에 항공사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 경제를 이끌고 지역 공항을 살리는데 에어부산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다만, 안 대표는 에어부산과 진에어, 에어서울의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논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 결과에 따라 진에어, 에어서울과 하나의 회사로 합쳐질 수도 있다. 안 대표는 “지금은 에어부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정말 고맙단 말을 하고 싶다.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면서 힘들었을 텐데, 직원들의 희생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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