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배당 절차 개선안을 공개했다. 이번 제도 변화로 배당 정책 선진화 및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의 계기가 마련되고 배당투자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국내 상장사들은 12월 말을 배당 기준일로 잡고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확정했다. 투자자들은 배당금 액수를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한 뒤 주총에서 정해지는 배당금을 수령해야 했다. 이른바 ‘깜깜이 배당’이다. 이러한 배당 환경은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한국 증시가 주주 권리 보호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 되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는 배당 절차 개선을 위해 우선 상장 기업들에 의결권 기준일(주총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정하는 주주를 확정)과 배당 기준일(배당 받을 주주를 확정)을 분리하여 배당 기준일을 주총일 이후로 정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분기배당의 근거가 되는 자본시장법도 개정할 계획이다.
중요한 건 기업의 변화다. 결산배당의 근거가 되는 상법 조문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자’와 ‘배당 받을 자’가 구분돼 있을 뿐 해당 영업 연도의 배당을 결산기 말일 기준 주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실정법상 근거는 없다. 그동안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결산기 말일을 의결권 기준일 및 배당 기준일로 정해 배당 절차를 진행해 왔다.
금융위원회는 상장사의 배당 절차 개선 유도를 위해 2월 중 절차 개선에 필요한 표준정관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하고 2024년부터는 배당 절차 개선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현재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 공시 대상자는 자산 1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인데, 앞으로 이 기업들이 공개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내 핵심지표 구성에 ‘배당 절차 개선 여부 및 배당 정책과 결정 과정’ 항목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번 절차 개선이 상장사로 하여금 배당액을 확정한 뒤, 배당 기준일을 정하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을 높이도록 강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배당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상장사의 배당 정책과 주주환원 정보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배당 결정이 시장에 투명하게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배당 투명성과 주주환원율이 높은 미국 및 유럽 국가의 증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더 높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배당 절차 개선을 계기로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 마련 △증시 변동성 완화 △시장 효율성 제고 등 긍정적 변화들이 뒤따를 것이다. 또 국내 증시의 중장기적 가치 개선과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도 이어질 것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변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 가능성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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