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토큰 증권 정비방안 발표
증권사들 거래 시스템 개발-협약
기존 가상화폐도 ‘증권성’ 판단되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취급 못해 촉각
금융당국이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토큰 증권(Security Token·ST)’ 제도화에 나서면서 증권사들은 ST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기존 가상화폐들도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사, 시장 선점 경쟁 치열
ST는 음원 저작권이나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의 권리를 잘게 쪼개 ‘토큰화’한 뒤 발행하는 증권이다. 혼자서는 매매하기 힘든 대형 빌딩에도 ST를 이용하면 여러 투자자들이 소액을 모아 투자할 수 있다. 실물 가치를 쪼개 소액의 ‘조각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 몇 년 새 다양한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음악 저작권료 수익에 조각 투자하는 ‘뮤직카우’,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 고가의 미술품에 조각 투자하는 ‘테사’ 등이 대표적이다. 송아지의 지분을 취득해 한우에 조각 투자하는 ‘뱅카우’가 2020년 설립됐고, 최근에는 국내 영화·드라마·웹툰 등 K콘텐츠, 명품시계, 와인 조각투자 플랫폼도 등장했다.
여기에 이제 제도적 기반까지 마련됐다. 금융위원회가 앞서 5일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며 ST를 전자증권법상 증권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누구나 ST 발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원활한 유통을 위해 장외투자중개업 인가를 신설하기로 했다. ST가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새로운 투자 기회의 장이 열리게 된 셈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ST 신규 투자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2021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관련 인력을 늘리고 조각투자 플랫폼들과의 업무협약(MOU) 등을 통해 올해 3분기(7~9월) ST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 ST 플랫폼 핵심 기능 개발과 테스트를 마치고 올해 상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키움증권은 카사, 뮤직카우 등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 8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도 ST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대신증권은 카사와 인수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유관 기관들도 증권사 실무진들과 ST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디까지 증권이냐’ 가상화폐 거래소 혼란
반면 가상화폐 업계는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동안 거래해 왔던 가상화폐가 증권으로 분류되면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이 되기 때문에 증권 거래 라이선스가 없는 일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더는 취급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 시장 규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행보도 국내 거래소들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SEC는 올해에만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넥소,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와 제네시스, 크라겐 등을 미등록증권 판매 혐의로 제재했다. 이 거래소들이 발행·판매한 가상화폐가 증권이라고 판단해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 시간) “마치 가상화폐에 대한 융단 폭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의 선례를 따라 국내 금융당국도 증권성 판단 기준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경우 가상화폐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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