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34㎡는 지난해 5월 49억4000만 원에 거래된 뒤 계약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돌연 계약이 취소됐다. 계약 당시 직전 최고가인 43억5000만 원(2021년 12월 거래)보다 5억9000만 원 높아 아파트 커뮤니티나 공인중개업소에서 화제가 됐던 거래다. 이후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 매물은 지난해 8월 42억3000만 원에 팔렸고 현재 40억 원 안팎에 매물이 나와 있다.
최근 2년간 계약이 취소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중 절반가량이 최고가 거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높인 뒤 나중에 취소하는 이른바 ‘집값 띄우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계약 해지 거래 2099건 가운데 44.7%인 918건이 최고가 거래였다. 전국은 계약 해지 거래 총 4만1020건 가운데 7280건(17.7%)이 최고가에 거래된 뒤 계약이 해지됐다. 경기는 계약 해지 거래 중 23%가, 인천은 26%가 각각 최고가에 거래된 뒤 계약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1년 뒤에야 취소된 거래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 전용 84㎡는 2021년 1월 30일 당시 최고가인 15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 1년이 지난 지난해 2월 8일 취소됐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광교중흥S클래스’ 전용 84㎡는 2021년 8월 18억 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썼지만, 1년 4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27일 계약이 취소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잔금 기간을 길게 둔 계약이었는데 나중에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부동산업계는 공인중개사의 실수나 거래 당사자 변심으로 계약이 해지될 수 있지만 계약일로부터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지나서야 해지하는 것은 통상적인 거래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실거래가가 시세 판단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특성상 집값 급등기인 2021년에는 집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해 초까지 전체 거래 중에서도 최고가 거래가 많았던 만큼 해지 거래 중에도 최고가 거래가 많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고가와 신저가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직전 거래와 가격 차가 큰 거래는 소명하도록 하고 있다”며 “계약 취소 건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기획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실거래가 띄우기 등의 부동산 허위 거래가 적발되면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고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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