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금리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세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금리부담 완화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에 따른 은행의 ‘돈 잔치’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금융당국에 은행권의 이자수익을 나눌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가 석달 만에 4%를 하회하면서, 주요 은행들의 변동형 대출금리도 이날부터 하향 조정된다.
KB국민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이날 연 5.43~6.83%에서 4.96~6.36%로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변동형 상품은 연 5.89~6.89%에서 5.42~6.42%로 NH농협은행은 연 5.22~6.32%에서 4.73~5.83%로 하향 조정됐다.
신한·하나은행의 금리도 하락할 전망이다. 이들 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에 단순히 코픽스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고, 자체 기준을 통해 매일 변동금리를 산출하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외에도 전세대출과 일부 신용대출 상품 금리도 함께 떨어진다. KB국민은행의 전세대출은 이날 연 5.14~6.54%에서 4.67~6.07%로 하락했다. NH농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도 역시 4.42~6.52%에서 4.40~6.50%로 하향 조정됐다.
은행연합회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전달보다 0.47%p 하락했다.
코픽스는 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오르거나 내린다. 시장금리가 수신금리에 영향을 주고, 또다시 대출금리를 움직이는 구조다.
지난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한때 연 5%를 넘겼던 은행권 예금금리는 최근 3%대까지 떨어졌다. 산정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하락 추세를 보여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5.107%에서 지난 14일 3.653%까지 떨어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단 점도 대출금리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고금리 속 막대한 이자 이익을 달성한 은행권을 공개적으로 질타하며 금융당국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내부에서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외부의 시각은 좀 다르다는 걸 느꼈고 은행권이 놓친 부분도 있었다”며 “현장에서 소비자 보호를 기본으로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단 점은 변수다. 지난달 금통위원 중 절반은 기준금리 최종 수준이 3.75%(현재 3.5%)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금리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금리 하락세가 계속되는 데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대출금리는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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