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긴축 장기화 우려에… 환율 다시 1300원 ‘턱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7일 03시 00분


고물가-소비 회복에 ‘강달러’ 재연
어제 장중 1288.1원 연고점 경신
“美금리 6월 5.5%까지 올릴수도”
한은, 23일 금통위 앞두고 고심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환율이 상승세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원 오른 1284.8원에 마감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환율이 상승세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원 오른 1284.8원에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장기화되리란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기대와 달리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데다 소비까지 살아나자 연준의 긴축 정책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 것이다.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원 오른 1284.8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 환율은 1288.1원까지 치솟으면서 지난달 4일(1280.9 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연준의 긴축이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기대감에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였다. 2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1216.4원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연이어 발표된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소매 판매 집계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긴축이 마무리되리란 ‘장밋빛 전망’은 꺾이고 강달러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14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6.4%로 시장 예상치(6.2%)보다 높았다. 전월(6.5%) 대비 겨우 0.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예상만큼 빠르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까지 허리띠를 조이던 미 소비자들이 새해 들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15일 미 상무부는 1월 소매 판매가 전월보다 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1.9%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로 2021년 3월 이후 2년여 만에 최대 폭의 증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 이후 돌아온 소비자들이 고급 외식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의 경우 인플레이션으로 소비를 억눌러온 소비자들의 대기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물가는 안정되지 않고 미 경제가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6월까지 금리를 올리고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도 내다본다. 기준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는 15일 연준이 6월 기준금리를 현재 4.5∼4.75%에서 5.25∼5.50%까지 올릴 확률을 한 달 전(6.2%)보다 급격히 높아진 45.6%로 점쳤다.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는 한은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 6개월 연속 5%대를 유지하고 있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경기 침체와 부채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율이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3.5%에서 동결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려도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폭인 1.5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외국 자본 유출 등으로 인해 원화 가치 하락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지만 가계 부채가 고정금리 중심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에 더 민감하다는 점, 경기 둔화의 여파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긴축#환율#강달러#한은#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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