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400만명 돌파하며
이들 겨냥한 ‘펫코노미’ 시장 진화
호텔이 반려견 성향 분석 ‘BTI’ 개발
가구-치킨업계 등 펫산업 잇단 진출
대학생 정모 씨(23)는 올해 두 살이 된 반려견 생일을 맞아 제주도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다. 혼자 갈 때보다 반려견 동반 숙소, 식당 등을 알아보느라 품이 더 들었다. 그는 “항공료 추가 운임 등 비용도 20% 더 들지만 가족이나 다름없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4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펫코노미’(펫+이코노미)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반려동물 친화적인 상품을 내놓는 차원을 넘어 강아지 호텔 지배인을 내세우거나 ‘멍BTI’를 선보이는 등 관련 콘텐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펫 전용 객실 등을 마련해온 호텔업계는 최근 색다른 시도를 늘리고 있다. 켄싱턴리조트 충주에선 보더콜리 케니가 재작년부터 부총지배인으로 활동 중이다. 강아지가 호텔의 임원이 된 셈. 리조트를 찾은 반려견들과 함께 놀아주는 게 주요 업무다. 켄싱턴리조트 관계자는 “반려견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한 재방문율이 높다. 주말 예약은 두 달 전에 매진”이라고 했다.
코오롱리조트앤호텔은 반려견 성향을 16가지 유형으로 알아볼 수 있는 ‘멍BTI’를 개발했다. 상황별 반려견의 반응을 예측해 답안을 선택하면 된다. 지난해 8월 서비스 개시 후 6만 명이 이용했다. 소노펫클럽앤리조트는 반려동물과 함께 참여하는 문화 공연, 바자회 등을 운영하며 ‘펫팸(펫+패밀리)족’을 겨냥하고 나섰다.
반려동물 탑승에 까다로웠던 항공사들은 반려동물 기내식 판매까지 검토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펫푸드 업체와 기내식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제주항공에 탑승한 반려동물은 1만9261마리로 전년(2334마리)보다 8배 이상으로 늘었다. 에어부산은 2021년 ‘0마리’였던 국제선 반려동물 수송실적이 지난해 82마리를 나타냈다.
펫팸족은 반려동물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특성상 경기 침체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에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애완용품점 사업체 수는 1만1203개로 전년 동월(9881개)보다 13.4%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올해 1월부터 지난주까지 반려동물 관련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30∼35%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반려동물 설 명절 선물세트 매출은 153% 신장했다.
불황을 맞은 가구업계와 포화상태에 이른 치킨업계도 펫산업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10월 반려동물 전용 소파 ‘캄포 펫’을 내놓았고, 한솔홈데코는 반려동물의 관절 부상을 막기 위해 미끄러지지 않는(논슬립) 기술을 적용한 ‘펫마루’를 선보였다. 굽네치킨의 화식 펫푸드 브랜드 듀먼은 지난해 매출 120억 원을 달성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성인 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 반려동물 양육률은 25.4%였다. 국민 전체로 환산하면 약 1408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뜻이다. 월평균 양육비(마리당)는 지난해 약 15만4000원으로 2021년 약 12만4000원보다 24.2% 올랐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들이 늘면서 최근 1년간 반려동물 호텔을 이용한 비율은 17.6%로 2021년 14.5%에서 3.1%%포인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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