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중에 금리 올리는 카드사들…“서민 더 고통”

  • 뉴시스
  • 입력 2023년 2월 17일 09시 06분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사용 중인 카드사로부터 리볼빙 금리가 18.5%,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가 19.9%로 각각 상향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고객상담센터 번호가 함께 안내됐지만 이자율이 올라간 이유는 함께 설명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금리로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의 ‘돈(성과급) 잔치’를 정면으로 비판하자,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성과급과 관련한 성과보수체계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등 취약차주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법정최고금리(2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자금조달 환경 악화로 인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항변하지만, 최근 여전채 금리가 고점 대비 2%포인트가량 떨어졌음에도 금리 수준은 요지부동이거나 외려 오름세를 보였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카드업계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가 석달 만에 4%를 하회하며 주요 은행들의 변동형 대출금리도 이날부터 하향 조정됐다. 코픽스는 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KB국민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5.43~6.83%에서 4.96~6.36%로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변동형 상품은 연 5.89~6.89%에서 5.42~6.42%로 하향 조정됐다. 전세대출과 일부 신용대출 상품 금리도 함께 떨어졌다. KB국민은행의 전세대출은 이날 연 5.14~6.54%에서 4.67~6.07%로 하락했다.

이에 반해 카드사들의 ‘이자 장사’는 여전하다.

◆카드사들, 카드론 영업 줄이자 차주들 리볼빙·현금서비스로 몰려
지난해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DSR에 포함되고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카드론 대출을 줄이자, 취약차주들은 리볼빙과 현금서비스로 몰려 갔다. 지난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카드론 누적 이용액은 45조1790억원으로 전년(50조7597억원) 대비 11.0%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3574억원으로 전년(6조1448억원)보다 19.7% 급증했다. 현금서비스 이용액도 56조6358억원으로 전년(54조4287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리볼빙 평균 금리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12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는 15.18%~18.35%에 분포했다. 우리카드가 18.35%로 가장 높았고 롯데카드(17.82%), KB국민카드(17.33%), 현대카드(17.21%), 신한카드(16.60%), 삼성카드(15.42%), 하나카드(15.1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카드는 18~20%의 금리를 적용받는 이용회원의 비중이 76.13%에 달했다. 이용회원은 연체자를 포함한 직전 월말 기준 리볼빙 잔액이 있는 회원을 의미한다. 현대카드(50.80%)와 롯데카드( 44.56%), KB국민카드(44.15%) 등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현금서비스의 경우 18~20%의 금리를 적용받는 이용회원의 비중이 리볼빙보다 훨씬 높았다. 우리카드가 86.91%로 이번에도 가장 높았다. 이어 KB국민카드(82.62%), 하나카드(74.51%), 삼성카드(64.90%), 신한카드(62.29%), 롯데카드(54.85%), 현대카드(50.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전년 대비 순이익이 증가한 몇 안 되는 카드사 중 하나다. 20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7억원(1.84%) 늘어난 수치다.

◆카드대출 상품, 금리 변동 가능성 다수 존재해
리볼빙 역시 신용카드 이용금액 중 일부분을 수수료(이자)와 함께 이월시키는 일종의 대출서비스인데, 카드대출은 통상 돈을 빌리는 시점의 기준금리에 조정금리를 반영해 약정금리가 결정된다. 약정금리는 실제 차주가 지불하는 이자율이며 대출만기일까지 변동 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카드사들은 통상 “대출만기일 이전에 국가경제·금융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계약 당시에 예상할 수 없는 현저한 사정변경이 발생할 경우 고객에게 개별 통지해 약정금리를 변경할 수 있다”는 문구를 약정에 포함하고 있다. 신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인한 신규 대출금리의 상향이 아닌 기존 대출금리가 상향된 경우 1년 새 2%포인트나 오른 기준금리의 영향에 따른 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카드사들은 기한연장 등 대출조건이 달라질 경우 그 시점을 기준으로 약정금리를 바꿀 수 있다. 과거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카드사들이 대출 미사용 고객에게 마케팅 목적으로 신용에 비해 훨씬 낮은 할인금리를 제공한 후 기한연장 시도 시 신용에 맞는 금리로 올려 대출 이용자를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연체될 경우에도 약정금리에 통상 3%의 연체가산금리가 붙게 된다.

◆‘깜깜이식’ 대출금리 산정…차주들의 알 권리 더 보장돼야
차주들은 카드사의 대출금리 산정내역이 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출금리는 기본적으로 원가요소와 마진(목표이익률), 조정금리 등을 반영해 산정한다. 원가요소에는 ▲고객의 신용도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고려한 신용원가 ▲카드사가 자금조달에 소용되는 비용인 조달원가 ▲ 신용위험자본율과 자기자본조달비용 등을 감안해 산정한 자본원가 ▲대출과 관련된 영업비용(인건비·임차비 등) 등을 반영한 업무원가 등 네 가지로 구성된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대출관행과 관련해 가장 최근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의 경우 우대금리 기준을 공개하지만, 카드사는 할인기준의 공개 없이 대출이용 가능성, 신규고객 유인 등 취급액 증대 관점에서 대출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 기준 카드론 취급액 중 할인마케팅 취급액 비중이 63.6%에 달했고, 할인금리 적용으로 인해 카드대출 차주들은 신용등급 간 금리역전의 불합리함을 겪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공시 개선안을 통해 협회 기준 등급별 비할인·할인·최종금리를 각각 비교 공시하도록 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일반 고객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은 이보다 더 앞서 카드사들이 대출금리 산정과 관련해 기본원가 등 대출금리의 중요사항을 변경할 경우 내부 심사위원회가 적정성을 심사하고, 이 위원회가 대출금리 산정·운영의 적정성을 최소 반기별로 점검하도록 했지만 이 역시 실효를 보지 못했단 평가다.

금융당국은 리볼빙 설명의무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리볼빙 설명서를 신설하고, 해피콜을 실시토록 했다. 또 다른 대출 상품과 리볼빙 금리를 비교해 설명케 했고 차주에게 금리 산정내역서를 제공케 했다. 하지만 차주들은 이율 산정의 근거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30대 직장인 B씨는 “리볼빙이 대출성 상품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이용하다 돌려막기를 하게 됐고 빚이 2000만원까지 불어 현재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를 탕감하고 있다”며 “금리를 부여만 받을 뿐 어떻게 산정되는지 설명해 주지 않고, 서비스의 위험성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지용 상명대 교수(신용카드협회장)는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복수 차주, 즉 위험차주가 많기 때문에 하방경직성이 있다”며 “금리가 떨어져도 대출금리는 잘 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어 조달 원가가 훨씬 비싸고 수입다각화도 안 돼 있기 때문에 대출 건당 마진을 최대한 높여 매출을 높이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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