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서 9개 항목 관리비 정보 제공
서울 서대문구 전용면적 85㎡ 아파트에 사는 주부 A 씨는 최근 받은 관리비 고지서에 잠시 말을 잃었다. 1월 도시가스비를 포함한 관리비가 40만 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전달(12월)과 비교하면 40%,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2배 넘는 수준으로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도시가스비는 11월 4만4560원에서 1월 16만2740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이후 그는 한 푼이라도 줄이겠다며 실내온도를 20도로 낮추고, 두꺼운 후드티를 입고 지낸다. 하지만 2월부터는 전기요금마저 크게 올라 관리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뉴스에 맘이 무겁다.
요즘 전국 모든 가정에서 A 씨처럼 급등한 관리비에 냉가슴을 앓는 이가 적잖다. 관리비 급등의 주범은 잘 알려진 대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난방비)이다. 전기요금은 생산원가가 크게 오른 게 원인이다. 실제로 전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천연액화가스(LNG) 가격이 2년 전과 비교해 7.7배 급등했다. 또 석탄은 5.9배, 전력 구매 가격은 2.7배 올랐다.
난방비도 마찬가지다. 난방비는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으로 나뉜다. 중앙난방이나 개별난방을 하는 곳은 도시가스 요금, 지역난방을 하는 곳은 열 요금이 부과된다. 도시가스 요금은 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정한 가격(도매요금)에 각 시도가 공급비용을 추가해 결정한다. 열 요금은 지역난방사업자가 도시가스 요금을 기준으로 조정해 정한다. 그런데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이 최근 1년 새 각각 38.4%, 37.8% 올랐다. 여기에 올겨울 빨리 시작된 강력 한파로 난방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실질 인상폭은 5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비 부과 내용 꼼꼼히 분석해야
전기요금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평균 전기요금(1㎡ 기준)은 652원으로, 2021년 12월(562원) 대비 16.0% 올랐다. 그런데 지난해 말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계획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에 또다시 kWh당 13.1원이 오르게 돼 있다. 인상률로 보면 9.5% 오른 셈인데, 2차 오일쇼크 시기였던 1981년 이후 4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관리비 절감을 위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근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며 “관리비 부과 내용을 잘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처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점에서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go.kr·이하 ‘K-apt’)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꽤 있다.
이곳에는 아파트, 주상복합,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가 있다. 특히 관리비 부분에서 1 대 1 단지 비교, 지역별 평균 등 9개 항목의 정보를 제공한다. 새해 들어서는 지도로 관리비 찾기와 비교가 가능해졌고, 각종 공사·용역 사업비도 비교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공용관리비 테마별 지역별 평균’을 주목할 만하다. 공용관리비는 가정에서 받아보는 관리비 고지서에서 일반관리비와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수선유지비, 위탁관리수수료 등을 말한다. 그 대신 난방비나 가스사용료, 전기료, 수도료 같은 개별 사용료와 장기수선충당금은 제외된다.
현재 공개된 자료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전국 관리비 공개 의무 대상 공동주택 1만8004개 단지 가운데 99%인 1만7824개 단지가 신고한 내용이다. 관리비 공개 의무 단지는 △300채 이상 공동주택 △150채 이상이면서 승강기 설치 또는 중앙(지역)난방 방식의 공동주택 △주택이 150채 이상인 주상복합아파트 △기타 입주자 등 3분의 2 이상 주민이 서면으로 동의해 의무 관리 대상으로 전환한 공동주택과 공공임대 및 민간임대주택이 대상이다. 대부분 아파트이고, 주택 수로 보면 1089만5745채다. 2021년 말 현재 전국 아파트(1881만1627채)의 60%에 해당한다.
자료에 따르면 공급 유형별 공용관리비(1㎡ 기준)는 임대(1440원)가 분양(1157원)보다 25% 비쌌다. 서민용 임대아파트 관리비가 더 쌀 것이라는 예상과는 상반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임대와 분양의 관리 개념이 다른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임대는 개별주택의 전용공간에서 발생한 하자나 고장에 대해서도 수리나 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집주인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몫까지 관리비에 포함한다는 의미다. 또 임대차계약 및 퇴거업무, 시설유지관리 처리 현황 보고 같은 행정업무도 임대관리업자가 맡는다. 그만큼 인력이 많이 든다. 직원 최소화와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분양주택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난방 방식과 층수에 따라 공용관리비 달라
난방 방식별 공용관리비는 일반적인 예상과 일치했다. 전국 평균 기준으로 개별난방(㎡당 1132원)이 가장 쌌고 지역난방(1256원), 중앙난방(1397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17개 시도별로 차이가 있었다. 대구와 대전, 경북, 전남은 지역난방이 개별난방보다 저렴했다.
층수에 따라서도 공용관리비에 차이가 발생했다. 다만 일반 예상과 달리 중층(층수 6~12층·1318원)>고층(13~24층·1191원)>초고층(25층 이상·1158원)>저층(5층 이하·1024원) 순서대로 비쌌다. 중층이 비싼 이유는 중층 대부분이 1980~1990년대 지은 노후 아파트라서 수선유지비용 등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복도 형태에선 계단식(1122원)이 복도식(1489원)보다 쌌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1168원)가 주상복합(1679원)이나 연립다세대(1929원)보다 낮았다. 단지 규모도 영향을 미쳤다. 초대형 단지(1000채 이상·1135원)가 가장 적게 들었고 대단지(500~999채·1157원), 중규모 단지(300~499채·1223원), 소단지(150~299채·1363원) 순서대로 뒤를 따랐다.
관리 형태에도 차이가 있었다. 입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자치관리가 1100원으로 전문업체에 위탁해 관리받을 때(1192원)보다 8%가량 쌌다. 하지만 자치관리는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문제가 발생하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책임져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의미다.
4층 이하, 100채 미만 공동주택은 관리비 관련 규정 없어
공용관리비에 개별사용료와 장기수선충당금을 모두 더한 전체 관리비 분석 결과도 눈길을 끈다. 매달 각 가정이 받게 되는 관리비 고지서에 담기는 실제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평균 전체 관리비는 ㎡당 2546원으로 전년(2410원)보다 5.6% 올랐다. 17개 시도별로는 서울이 2907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세종(2885원)과 경기(2834원), 인천(2679원), 충북(2546원) 순이었다. 나머지 12개 지역은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한편 아파트와 달리 비(非)아파트는 관리비 관련 규정이 없어 입주자(세입자) 피해가 우려됐다. 비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비 관련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4층 이하, 100채 미만 공동주택이다. 최근 전세사기의 주 타깃이 된 4층 이하 빌라가 주로 해당한다. 이 유형은 2020년 말 기준으로 전체 가구(2092만7000가구)의 20.5%(429만6000가구)에 달한다.
국토교통부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 ‘비아파트 세입자 관리비 부과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비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또 주택임대차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도 관련 규정이 없다.
이 밖에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간임대주택법’) 등에 관리비 관련 제도가 담겨 있지만 구속력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특히 단독주택이나 구분소유 10명 미만인 공동주택 또는 업무시설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집합건물법, 민간임대주택법 등 3개 법률의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로 인해 집주인이 마음대로 관리비를 책정하는 일이 적잖았다. 실제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관리비 7만 원을 받던 곳에서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30만 원, 관리비 30만 원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월세를 27만 원으로 책정한 뒤 관리비 명목으로 105만 원을 요구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2020년 8월 개정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른바 ‘임대차 3법’)에 따라 보증금이 6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월세가 3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전월세신고제 적용 대상이 되는 점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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