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휘발유 도매가격 공개 추진… 정유사 “가격 인상 역효과 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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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경쟁 촉진해 가격 안정화”
업계, 횡재세 이어 대형 규제 악재

정부가 10여 년 만에 휘발유 도매가격 공개를 재추진하면서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합계 영업이익이 14조 원을 넘긴 정유 4사는 정치권의 ‘횡재세’ 도입 추진에 이어 대형 규제 악재를 만난 셈이다. 2011년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서 받아들인 “도매가격은 영업비밀”이라는 정유업계 주장이 이번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19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개위에 따르면 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는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

개정안은 현재 공개 중인 전국 평균 도매가를 광역시·도 단위로 세분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게 핵심이다. 판매 대상 및 지역별 가격을 주, 월 단위로 판매량과 함께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 같은 유류 도매가격 공개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으나 2011년 규개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철회됐다.

정부가 또다시 유류 도매가격 공개를 추진하는 것은 고유가 상황에서 석유제품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는 L당 10∼80원 정도 차이가 있다. 산업부는 “일각에서 유류세 인하분이 정유사, 주유소 등 마진으로 일부 흡수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석유가격 보고·공개 범위를 확대해 정유사 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석유 가격 안정화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유업계에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공급가격이 개별 정유사의 경쟁력이자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제품 공급자가 납품처의 거래기간, 물량, 물류비용 등을 종합해 다른 가격을 제공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로 이해해야 한다”며 “과자 제조사가 대형마트나 개별 슈퍼마켓에 공급하는 가격이 다르지 않나”라고 했다.

정유사들은 이미 2008년 도입된 ‘오피넷’을 통해 정유사와 주유소별 가격 정보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가격 공개의 효과로 낮은 가격으로 안정되기보다 높은 가격에서 동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국회에는 정유사를 타깃으로 한 횡재세법(법인세법 개정안·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총 14조17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6조9949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실적을 올렸다.

#휘발유 도매가격#정유업계#횡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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