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중고시계 정품인증 시작
리셀 부작용탓 ‘제조 3년 이상’ 한정
멀버리, 중고품 수거-복원후 재판매
“가품 막고 리셀 수익도 직접 거둬”
명품 및 한정판 패션 브랜드들이 중고 거래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조사가 중고 제품에 정품 인증을 해주거나 직접 중고 거래를 관장하기도 한다.
가품 논란으로 인한 이미지 저하를 막는 한편 리셀시장 성장에서 파생된 수혜를 직접 누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최근 중고 시계에 대한 정품 인증 서비스(CPO·Certified Pre-Owned)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스위스, 독일, 영국 등 6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올봄부터 전 세계 판매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CPO는 자동차 업계에서 처음 시작된 개념으로 제조사가 직접 중고차 성능 점검을 한 뒤 되파는 서비스다.
롤렉스는 CPO 대상을 제조한 지 3년 이상 지난 시계로 한정했다. 신제품을 사자마자 웃돈을 붙여 비싸게 되파는 리셀(재판매)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명품 시계는 소량 생산과 재고 부족으로 구하기 힘들어 매장 판매가보다 중고 거래 가격이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빈번했다. 지난해 스위스 매장에서 1300만 원대에 살 수 있던 ‘서브마리너’ 제품은 같은 기간 국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2000만 원대에 거래됐다.
명품업체들이 최근 중고 시장 관리에 보다 직접적으로 나선 건 이처럼 갈수록 커지는 리셀 규모와 부작용 때문이다. 전문 리셀러가 늘면서 가격 구조 왜곡이 심해졌고 매크로까지 동원한 싹쓸이로 인한 고객 불편이 늘었다. 에르메스나 나이키는 아예 약관에 “재판매자에게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하기도 했다.
수수료 등 과실 역시 대부분 제조사나 공식 유통사가 아닌 리셀 플랫폼 등이 챙겨 왔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중고 명품 시장 규모는 2020년 38억 달러에서 2025년 113억 달러로 3배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업체들이 직접 리셀 시장을 관리할 경우 시장 성장의 이득을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
실제로 까르띠에, IWC, 몽블랑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그룹은 중고 거래 업체 ‘워치파인더’를 인수해 직접 중고 시계 판매에 나섰고 버버리, 구찌는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 ‘더리얼리얼’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입장에선 신상품 구매부터 수리, 중고 거래까지 생애 전 주기를 커버하면서 고객 데이터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리셀 시장에서 자주 불거지는 가품 논란 역시 차단할 수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의 가치 소비 부상 역시 중고품을 고객 경험 확대 기회로 삼는 계기가 됐다. 멀버리는 중고품을 매장에서 수거, 복원한 뒤 재판매한다. 알렉산더 맥퀸은 중고품을 반환한 고객에게 신상품을 살 수 있는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기존 리셀 플랫폼들은 정품 보증 강화와 신시장 확대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은 가품 논란 시 일주일 내 무조건 200% 선보상해 주기로 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은 지난해부터 기존 리셀 거래 외에 언더마이카, 렉토 등 인기 브랜드들이 직접 운영하는 브랜드관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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