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비 인상 마냥 미루기는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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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인상 폭-속도 조절” 강조하자
한전-가스公, 계획 못 세우고 주시
정부 “적자 감안, 인상 기조는 유지”

윤석열 대통령이 “에너지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장 올해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속도 조절’을 언급했지만 에너지 공기업 적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요금 인상을 마냥 미루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물가 및 민생경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은 더 두껍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요금 인상 압박이 높은 만큼 인상 기조는 유지하되 각 요금이 오르는 정도나 시기를 조율해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는 구체적인 요금 인상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을 계속 미루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말 한전 적자는 30조 원, 가스공사 미수금(손실액)은 9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전 등이 적자 보전을 위해 채권을 과도하게 발행하면 ‘블랙홀’처럼 시중의 자금을 흡수해 다른 회사들이 돈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연쇄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전은 올해 1분기(1∼3월)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렸다. 지난해 연간 인상액(kWh당 19.3원)의 68% 수준이다. 한전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2026년까지 누적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 2∼4분기에도 각각 1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요금이 인상돼야 한다는 얘기다.

가스요금은 동절기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 1분기 동결됐지만, 2분기부터는 인상될 가능성이 높았다. 가스공사가 2026년까지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올려야 하는 금액은 MJ(메가줄)당 10.4원이다. 지난해 연간 인상액(5.47원)의 1.9배 수준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2.6원씩 네 분기에 나눠 올리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전기#가스비#에너지 요금#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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