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돈 잔치’를 벌였다고 지적받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에도 임금과 성과급을 전년보다 대폭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에 이어 증권, 보험, 카드사 등의 보상 체계도 점검하기로 했다. 성과급 논란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 임단협 협상을 통해 올해 일반직 임금상승률(기본급 기준)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3%로 높였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네 곳의 은행은 성과급에 대한 협상도 마무리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성과급 지급률이 기본급 대비 400%로 가장 높게 책정됐고, 신한(361%·우리사주 포함), 하나(350%), KB국민(280%·격려금 별도)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들의 성과급 지급률은 지난해 대비 약 50∼60%포인트 높아졌다.
은행들의 성과급 지급률이 높아지면서 전체 지급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은 총 1조3823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올해 성과급 규모는 1조4000억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전년도 실적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임금 상승률과 성과급 지급률을 책정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리 상승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된 시기에 은행권이 계속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이를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것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권 ‘성과급 잔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금융 당국은 은행에 이어 증권, 보험, 카드사 등 전 금융권의 보상 체계도 점검하기 시작했다. 당국은 우선 작년에 역대급 실적을 내세워 연봉의 30∼50%를 성과급으로 책정한 일부 보험사와 카드사부터 살펴볼 예정이다.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곳 위주로 성과급 현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보상 체계의 제도 개선도 검토한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 back)’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연구 중이다.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 규정에 관련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규정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당국은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 중인 ‘세이 온 페이(say on pay·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도록 하는 제도)’도 참고해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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