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부터 서울 성동구 왕십리 한 1층 상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자신이 세들어 있는 상가가 경매에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으로 자기 가게를 연 A 씨는 경매 진행 소식을 듣고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그는 임차보증금을 지킬 수 있을까. A 씨는 경매 이후 낙찰자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을까.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이 타격을 받고 있다. 수익률 하락으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부동산이 경매시장에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상가 임차인이 떠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상가 임차인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중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해 보도록 한다.
A 씨가 먼저 보증금을 지키려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춰야 한다. 경매 절차에서 대항력이란 임차인의 임차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지, 남아 있는 계약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추후 다른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수있는지 등 금전과 직결되는 사안으로서 상당히 중요한 권리다.
대항력을 갖추려면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먼저 임차인이 영업장에 사업자등록을 한 시점이 저당권 등 다른 권리보다 빨라야 한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월세×100)’인데 지역마다 정해진 기준범위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서울은 9억 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6억9000만 원, 광역시는 5억4000만 원, 그 밖의 지역은 3억7000만 원이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에서 영업하는 임차인이 보증금이 5억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월세는 4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일률적으로 환산보증금을 적용하다 보니 유명 상권 내 임차인들은 상가임대차법의 테두리 안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특히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임차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를 보완하고자 2015년 5월 13일 이후에 최초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재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에게는 환산보증금 기준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누구나 대항력을 갖출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다만, 갱신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의 부동산에 2015년 5월 13일 전부터 근저당권 등이 설정돼 있을 경우에는 환산보증금 기준이 적용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음은 계약 기간에 관한 내용이다. A 씨가 사업자등록을 제때 했다면 낙찰자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은 환산보증금 기준범위를 초과하는 임차인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묵시적 갱신에 관한 규정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의 묵시적 갱신이란 임대차 기간 종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임대인이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을 때 임대차 기간을 자동으로 1년 연장해 주는 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묵시적 갱신은 환산보증금 기준범위를 초과하는 임차인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A 씨가 만약 환산보증금을 초과한 임차인인데 낙찰자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계약 갱신을 하지 못할 수 있고,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차인이라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적극적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야 예상하지 못한 계약 해지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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