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K뷰티 DNA와 디지털 네이티브, ‘색조 맛집’의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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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표 쇼핑몰에서 글로벌 계열사로… 화장품 브랜드 ‘3CE 스타일난다’의 마케팅 전략

프랑스의 유명 화장품 그룹 로레알이 2018년 한국의 패션·화장품 업체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것은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월 매출 1000만 원에 그치던 동대문표 온라인 쇼핑몰이 2009년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3CE(쓰리컨셉아이즈)를 앞세워 연 매출 2000억 원대 회사가 된 것도 놀라운데 글로벌 업체에 지분 100% 매각을 성사하면서 전 세계에 K뷰티의 위상을 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M&A(인수합병) 이후 4년여는 3CE 스타일난다에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색조 화장품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창업자와의 결별 과정에서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염려도 커졌다. 여기에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은 중국 신생 화장품 브랜드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로레알그룹이 주력으로 삼는 중국 시장에서도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졌다.

하지만 이런 대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3CE 스타일난다는 ‘선방’했다. 중국에서 K뷰티 브랜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내 대중(mass) 메이크업 브랜드 톱5 내에서 유일한 해외 브랜드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22년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K뷰티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경쟁 화장품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암흑기에도 중국과 동남아에서 MZ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2월 2호(363호)에 실린 3CE 스타일난다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브랜드 고유의 DNA를 지켜라
글로벌 그룹 인수 이후 시너지에 대한 업계의 높은 기대감과 호기심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정작 3CE 스타일난다가 4년여간 가장 주력해 온 것은 ‘변화’가 아니라 ‘보존’이었다. 무엇보다 회사의 임직원들은 브랜드의 주 타깃인 MZ세대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가치라 정의하고, 이를 위해 크리에이티비티를 잃지 않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 그러고는 브랜드 고유의 DNA를 사수하는 데도 총력을 다했다.

무엇보다 ‘빠르고 트렌디한 K뷰티’와 ‘색조 맛집’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썼다. 최신 유행의 한류 패션 아이템을 갖고 싶어하는 해외 MZ세대 수요를 잡기 위해서는 K뷰티를 가장 먼저 선보인다는 정체성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온라인 자사 몰 ‘스타일난다닷컴’과 한국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에서 1차로 신제품을 선보인 뒤 한국 소비자의 반응이 좋은 제품을 엄선해 중국, 동남아 시장에 빠르게 출시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이유다.

이렇게 한국에서 먼저 검증된 제품을 소개한 이유는 테스트베드로서 한국 뷰티 생태계의 전략적 가치가 여느 시장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까다롭고 유행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 수개월에 한 번씩 신제품을 출시하는 주기에 익숙한 한국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조사는 K뷰티가 중국 및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 100% 디지털 네이티브의 유산
또한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한 브랜드답게 태생부터 100%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를 지향했다. 이를 위해 3CE 스타일난다는 콘텐츠의 제작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 네이티브의 소비 행태에 맞췄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어떻게 온라인에 노출되는 콘텐츠만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능이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새로운 ‘룩’을 인지하고 따라 하고 싶게 만들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했다. 홍대 본사에 자체 콘텐츠 스튜디오를 두고 마케팅팀과 스튜디오팀이 협업해 브랜드의 개성을 담은 ‘룩북’ 제작에 공을 들이는 까닭도 단순 제품 기능, 제형, 색상 등에 대한 정보 이상의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콘텐츠 유통 측면에서도 디지털 네이티브의 소비 행태를 관찰한 후 채널 특성에 맞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의 경우 브랜드의 새로운 소식, 신제품 출시 등을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전하는 일종의 ‘뉴스 채널’이자 팬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퍼뜨리는 ‘브랜드 애드보커시(advocacy)’ 활동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Z세대 사이에서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는 틱톡의 경우 제품 사용법이나 메이크업 노하우를 재미있게 전달하고 소비자들과 함께 즐기는 데 초점을 둔 ‘에듀테인먼트(Education+Entertainment)’ 채널로 활용한다. 마지막으로 유튜브는 3CE 스타일난다가 끊임없이 생산하는 자산과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보관소이자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한다.

다만 100% 디지털 네이티브를 지향하는 브랜드라고 해서 오프라인 채널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3CE 스타일난다는 플래그십 매장을 소비자들에게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오프라인에 진열해 놓는 것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테마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K뷰티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서흥교 3CE 최고디지털마케팅책임자(CDMO)는 “Z세대가 온라인 쇼핑만으로도 제품의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면서 “이들은 기호가 다양하고, 모니터 너머로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갈증도 있어 이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색조 맛집#3ce 스타일난다#k뷰티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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