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농장 수출 앞둔 ‘우듬지팜’
尹순방 동행해 140억 수출 협약… 내년 현지 온실 지어 토마토 생산
단맛 즐기는 현지인들에 큰 인기… 농식품장관 “스마트팜 수출 지원”
16일 충남 부여군의 스마트팜 유리온실. 축구장 약 5개를 모아놓은 3.3ha(약 9982평) 넓이의 온실에 푸른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7.5m 높이의 투명 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토마토 덩굴 8만8000주가 늘어서 거대한 열대 밀림을 연상시켰다.
토마토 덩굴이 심겨진 허리 높이의 선반 아래로 50cm 지름의 배관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었다. 작은 구멍이 군데군데 뚫린 천 소재의 배관에 손을 대보니 따뜻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곳을 운영 중인 강성민 우듬지팜 대표(57)는 “따뜻하게 데운 공기를 토마토 근처로 보내 온도를 조절한다. 이르면 내년에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 지역에 이런 형태의 온실을 지어 토마토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사막 한가운데서 토마토 재배
알아인은 UAE 아부다비의 사막지대에 있는 도시로, 6∼8월 최고 기온이 45도에 달한다. 1월 최저 기온은 12도까지 내려간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밀폐된 항온시설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 저온에서는 온실 기능을, 고온에서는 냉실(冷室) 기능을 갖춰야 해서다. 특히 냉방을 얼마나 싼값에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두바이 최대 농업법인인 ‘일라이트 아그로’는 우듬지팜의 온실 기술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우듬지팜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 때 경제 사절단으로 참가해 일라이트 아그로와 1080만 달러(약 140억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재배시설 부지를 찾는 단계로 이르면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듬지팜의 ‘반밀폐 온실’은 기온이 치솟을 때는 천장 유리에 차양막을 씌운다. 외벽과 내벽 사이 3m 너비의 공간에서 공기를 데우거나 식힌 뒤 배관을 통해 작물 주변으로 보낸다. 주로 네덜란드에서 활용하던 재배 방식을 연교차나 일교차가 큰 기후에 맞춰 발전시켰다.
기존 온실에서는 냉각기로 내부 온도를 전체적으로 떨어뜨려야 해 비용이 많이 들지만 반밀폐형은 분리된 공간에서 차갑게 식힌 공기를 배관을 통해 식물에 직접 보내 냉방 비용이 덜 든다. 이날 온실 바깥은 영상 4도로 다소 쌀쌀했지만 토마토 주변은 20도 전후로 기온이 높아 겨울 외투에 땀이 맺힐 정도였다. 여름에는 냉각 패드를 통과한 차가운 공기가 작물에 전달된다. 배관이 작물용 ‘히터 겸 에어컨’이 되는 셈이다.
● 감미료 주입해 단맛 즐기는 중동인 입맛 저격
우듬지팜의 ‘스테비아 토마토’도 중동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토마토는 설탕보다 300배 단 감미료(스테비오사이드)를 토마토에 주입해 당도를 끌어올렸다. 망고처럼 달다는 뜻에서 ‘토망고’(토마토+망고)라는 브랜드명을 붙였다. 초음파로 토마토 전체에 감미료를 퍼뜨려 과육 전체에서 단맛이 나도록 하는 기술은 따로 특허를 받았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UAE 방문 당시 아부다비 호텔에서 열린 ‘한국 과일 시식 행사’에서 우듬지팜의 토망고가 인기를 끌었다. 행사 직후 일라이트 아그로 외에도 UAE와 쿠웨이트 업체 2곳이 수출 계약을 맺자고 제안해 왔다. 강 대표는 “UAE에서 즐겨 먹는 대추야자 당도가 18브릭스(물 100g에 함유된 당의 g)인데 토망고의 경우 당이 포함돼 있지 않아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대략 20브릭스 수준의 단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우듬지팜 온실을 둘러보고 향후 수출전략을 관계자들과 논의했다. 정 장관은 “국내 스마트팜 법인은 기술적으로 우수하지만 스타트업이 많아 자금력이 부족한 편”이라며 “중동 현지 기업들은 합자회사 등의 형태로 지분 투자를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수출 펀드나 정책자금 융자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도 스마트팜 보급에 나섰다. ‘농협형 스마트팜’(NH옥토)을 2021년부터 선보이며 귀농하는 청년 농업인에 대한 교육 컨설팅부터 금융 및 판로 확보, 홍보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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