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지난해 가계대출 역성장 속에서도 기업대출 중심 성장으로 역대급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연체율 상승’이라는 청구서를 받아 들면서 건전성 관리에는 비상등이 켜진 모양새다. 신규 연체율이 계속 느는 상황에서 올해도 기업대출 중심 성장과 서민금융 확대라는 정부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은행들의 고민이 깊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업 대출 잔액은 576조5163억원으로 지난 2021년말 대비 10.4%(54조4097억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역성장해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잔액은 559조5673억원으로 2.6%(15조1739억원) 감소했다.
전체 원화대출 성장률만 놓고 보면 지난해 4대 은행 평균은 3.5%로, 지난해 기업대출이 은행들의 대출 성장을 견인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로 시장금리가 발작하면서 대출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주택 등 부동산 시장은 침체돼 가계대출을 수요가 줄었다. 반면 회사채 시장 경색과 경기 둔화로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중견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등 기업대출 수요는 크게 늘었다.
올해도 비슷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은행들의 반응이다. 금융지주들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연간 대출 성장 목표율을 3~5%선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업대출 중심 성장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연체율이 악화하면서 대출 관련 부실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지난해 말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0.25%로, 전년 동기(0.21%) 대비 0.04%포인트(p) 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신규 연체율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월 대출 잔액 대비 이달 신규 연체 발생액을 뜻하는 신규 연체율이 지난해 12월 0.07%로 전년 동기 0.04% 대비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4대 은행은 지난해 추가로 9357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전년 대비 17.4%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기존 대출 확대 계획에 더해 정부의 ‘은행은 공공재’ 지적에 따라 부실률 관리에 어려움이 더 크다고 토로한다.
실제 정부는 2금융권에서 대출 받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상대적 저금리 대출인 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을 다음 달부터 확대 시행한다. 여기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이자 부담 경감이나 대출 회수 자제 등 지원책도 자율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 지적에 대해 일견 공감하면서도 금리인상기 대출채권 가격 재조정에 따라 이자수익이 오를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며 “가계대출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기업대출 중심 성장이 불가피한데, 정부 정책 지원 확대 등 과제도 떠안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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