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5개월간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숨고르기에 접어들었지만, 고금리, 미분양 증가세, 전셋값 하락 등의 부담 요인은 여전해 부동산 시장은 하락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이다.
금통위는 작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7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이번 동결을 두고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소위 ‘금리 정점론’이 부상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아파트 거래량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375건(23일 기준)으로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100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고 집값이 상승기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여파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미분양 급증 등 주택시장 반전에 걸림돌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금리인상이 종료된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미국발 금리인상에서 촉발된 만큼 금리가 내려야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최근 한두 달 거래량이 늘어난 것을 바닥에서 탈출하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배상영 연구원은 “누적된 금리 상승의 영향이 온전히 시장에 반영되지 않아 당분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 계약이 일반적으로 2년이고 계약갱신권까지 고려하면 금리가 정점 이후 다소 하락한다 하더라도 시간 차를 두고 전세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이르고,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은 오는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아 5.25%까지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분양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9년4개월 만에 최대치다. 특히 지난해 한 해 동안 4배가량 증가하며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여전히 수요자들이 고금리 부담에 있고 미분양이 늘어나는 국면에 있는 데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있어 매수세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지금 집값이 바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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