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터 라면까지 ‘점자 표기’ 확대…“정보 더 제공해야”

  • 뉴시스
  • 입력 2023년 2월 23일 15시 21분


식품 업계가 용기 표면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표기를 확대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 GT’ 1.8ℓ와 2.3ℓ 제품에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에 점자 표기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유나 음료, 주류 등의 제품은 점자를 표기하는 공간이 부족해 ‘음료’, ‘맥주’, ‘탄산’, ‘우유’ 등 점자 정보량이 극히 미미했다.

이에 남양유업은 시각장애인들이 제품명, 용량 등을 점자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점자 정보를 확대 적용했다. ’우유‘라는 단순한 점자 대신 ’맛있는 우유 1.8ℓ‘ 또는 ’맛있는 우유 2.3ℓ‘라고 점자 정보를 표기했다.

국내에서 제품명, 용량 등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제품은 남양유업의 맛있는 우유 GT가 처음이다.

남양유업에 앞서 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국내 식품업체들도 제품 용기에 점자 표기를 도입하고 있다.

오뚜기는 2021년 9월을 시작으로 현재 컵라면 전 제품에 점자 표기를 적용하고 있다. 컵라면 용기에 제품명과 물 붓는 선(물선),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기호까지 점자로 표기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점자 위치를 쉽게 인지하도록 점자 배경은 검은색, 점자는 흰색으로 인쇄했다. 컵밥 14종 및 용기죽 전 제품 8종에 확대 적용했으며, 이후 컵밥도 전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삼양식품도 2021년 9월 점자 표기 용기면 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점자는 용기면 제품 하단에 삽입했다. 빠른 제품 확인을 위해 불닭볶음면은 ’불닭‘, 삼양라면은 ’삼양‘으로 축약 표기했다.

팔도는 1998년부터 비락식혜에 ’음료‘와 ’하트‘ 모양의 점자 표기를 병기하고 있다. ’음료‘가 점자로 써 있는 캔음료는 많은데, ’하트‘ 모양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비락식혜를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칠성음료도 2021년부터 생수 ’아이시스8.0‘ 300㎖와 탄산음료 ’칠성사이다‘ 페트병 500㎖ 제품 상단에 브랜드명 ’아이시스‘와 ’칠성사이다‘를 점자 표기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08년부터 캔 음용구에 ’음료‘라는 점자를 표기했고, 2017년부터는 국내 음료 업계 최초로 칠성사이다·밀키스·펩시콜라 등 탄산음료 제품에 음료 대신 ’탄산‘이라는 점자를 넣어 표기를 차별화했다.

현대약품도 대표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화이바‘ 유리병 패키지에 점자 표기 ’미에로‘를 도입했다. 혼합 음료 중 최초로 브랜드명을 점자로 기입했으며, 점자는 100㎖ 제품 측면에 우선 적용되며 향후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식음료 제품 용기에 점자 표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기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음료와 컵라면, 우유 321개 제품 중 121개에만 점자 표기가 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마저도 구체적 제품명 없이 브랜드명만을 기입하거나 ’맥주‘, ’음료‘, ’탄산‘ 등 종류만 표기해 시각장애인들이 사실상 제품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일부 포장 용기는 재질의 특성 상 점자 표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캔의 경우에는 음각으로 표현하기가 쉬운 반면 (제품 포장이)비닐로 된 경우에는 점자 표기가 쉽지는 않다”며 “비닐의 경우에는 음각(점자) 외에도 QR 코드 등 시각장애인 분들이 활용하실 수 있는 여러 방안들로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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