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회사의 21억 아파트, 0원에 샀다…수상한 직거래 276건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3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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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1. A 씨는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법인이 보유한 21억 원짜리 아파트에 보증금 8억5000만 원을 내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 A씨는 이후 아버지에게 12억5000만 원을 증여받아 아파트를 매수했다. 공인중개사 없이 부자 간에 전월세 거래 등이 이뤄진 점을 의심한 국토교통부가 A씨 계좌를 조사해보자 법인으로 보증금을 이체한 내역이 없었다. 법인 장부에도 처리 내역이 없었다. 국토부는 해당 거래를 법인자금을 유용한 편법증여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2. B씨는 자신이 보유한 2억 원대 아파트를 남동생과 이혼한 전(前) 올케에게 팔았다가 4개월 뒤 본인 명의로 다시 이전했다. 국토부 조사에서 올케가 B씨 집을 살 때 매수자금은 매도인인 B씨가 대줬고, B씨가 다시 자기 앞으로 명의를 이전할 때는 매매자금 이체내역 없이 소유권만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으로 의심돼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직(直)거래’ 아파트 중 이상 거래를 조사한 결과 3건 중 1건이 불법이 의심되는 거래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전국에서 직거래된 아파트를 기획 조사해 이상 거래 802건을 찾아내고, 그중 편법증여나 명의신탁 등 불법이 의심되는 거래 276건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뤄진 아파트 직거래 중 같은 부동산을 매도 뒤 또 매수하거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 등 이상 거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위법 사례 중에는 계약일을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실제 거래보다 낮거나 높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업·다운 계약 등이 214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수관계인 간 직거래를 통한 편법증여 의심 거래는 77건이 적발됐다. 실제 변변한 소득이 없는 20대 자녀 2명이 17억5000만 원 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거래대금 전부를 부모로부터 받아 편법증여 의심사례로 적발된 사례가 나왔다. 부모는 자녀 2명에게 5억 원씩 증여하고, 취득세도 대신 내준 뒤 본인들이 보증금 8억 원을 주고 해당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다.

이밖에 법인 명의신탁 등으로 적발 된 19건은 경찰청에 넘겨졌다. 사업자 자금 대출을 받아 주택 매수에 활용하거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위반한 사례 18건은 금융위원회에 통보됐다. 어머니가 딸이 보유한 아파트 지분 3억7500만 원을 매수할 때 기업자금대출 3억 원을 받아 전액을 매수자금으로 활용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다음 달부터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높인 뒤 나중에 취소하는 이른바 ‘집값 띄우기’ 기획 조사에도 착수한다.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이루어진 거래 중 오래시간이 지난 후 해제하거나 특정인이 반복해 신고가 거래 후 해제한 거래 등을 집중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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