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만 하면 모든 게 ‘끝’일까요? 회사 내 인간관계, 내 집 마련, 연애, 결혼까지 갈수록 고민은 깊어집니다. 최근 ‘적성에 맞지 않다’며 사회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이직이 활발해진 까닭입니다.
은밀하게 편안하게, 커리어 접선
일대일(1:1) 커리어 대화 연결 플랫폼 ‘커피챗’을 개발한 박상우 대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5년간 재보험사에서 일하던 중 커리어 선택 과정이 우연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 대표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본인 적성에 따라 일을 찾기 보다는 동기, 선배들이 많이 취업하는 업종, 직무를 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죠. 그는 회의감을 느끼고 ‘잘 맞는 일’을 찾기 위해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INSEAD MBA)에 진학합니다.
MBA에서는 학생들에게 커피챗을 적극적으로 추천했습니다. 이미 서구권에선 활발한 커피챗은 원하는 직업군의 사람과 가볍게 대화하며 정보를 얻는 문화죠. 문제는 박 대표가 프랑스로 간 지 2개월 만에 코로나19 사태로 네트워킹이 급격히 축소된 것입니다. 당시 그는 280여 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약 10% 내외 인문들과 연이 닿았다고 밝혔습니다.
현직자 입장에선 모르는 사람에게 커리어 정보를 공개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취업 준비생도 마찬가지고요. 공들여 보낸 메시지가 무시 당했을 때 겪을 심리적 타격도 클테니까요. 커피챗 문화에 익숙한 북미유〮럽권 친구들도 이런 과정에 부담을 느꼈습니다. 박 대표는 '원하는 커리어의 사람과 원하는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니즈를 확인했습니다. 그는 곧바로 블로그를 만들어 현직자와 취준생(혹은 이직 준비생) 커리어 정보를 익명으로 나누도록 연결했습니다.
박 대표는 “앱을 개발할 시간에 시장 반응을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며 “문제가 명확하고 솔루션이 확실하다면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했음에도 재신청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그는 시장성을 확신하고 서비스 시작 2개월 만인 2021년 4월 ‘커피챗’을 설립합니다.
보상 아닌 보람을 찾아
커피챗의 파트너와 이용자는 상호 익명으로 일대일(1:1)로 20분간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이용자는 원하는 커리어의 파트너를 고릅니다. ‘구글, UN, 삼성전자, 카카오, 무신사’ 등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에 몸담은 재직자들이 파트너로 활동 중입니다. 사전 질문지를 작성하고 커피챗을 신청하면 파트너의 수락 여부에 따라 매칭됩니다. 회사 대외비 등을 요구한다면 파트너가 대화를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약속된 시간이 되면 앱에서 20분간 대화할 수 있습니다. 파트너는 사전 질문에 따라 미리 답을 준비해오는 만큼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참고로 3개에서 5개 사이의 질문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합니다. 음성 기반인 만큼 대화 중 생기는 궁금증을 바로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요금은 ‘1회 20분당 1만 4900원’이고, 파트너는 1회당 1만 원의 보상을 받습니다.
파트너들은 ‘덕분에 초심을 찾았다’, ‘나도 겪은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서비스라 보람차다’고 말합니다. 금전적 보상은 그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닙니다. 사회 초년생 때의 의지가 담긴 시절을 정보로 가공해 잊힌 열정을 다시 마주하니까요. 박 대표는 애초에 파트너를 확보할 때, 서비스 가치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사람을 찾아 다녔습니다.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지 않고 직접 링크드인, 브런치를 통해 다양한 커리어의 사람들에게 편지를 직접 보낸 이유죠. ‘지인’이라는 이유로 도와준다면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입니다.
선한 가치에 공감한 파트너들이 하나 둘 모였습니다. 그들이 주변 지인에게도 추천하면서 파트너가 파트너를 끌어오는 선순환이 일어났습니다. 서비스 2개월 만에 글로벌 25개국 대기업, 유니콘 기업 등에 있는 수천 명의 파트너풀을 확보했습니다. 주 이용자는 이직을 꿈꾸는 경력 1~8년 차 직장인들입니다. 박 대표는 “현업에서 3년 이상 경력을 쌓은 사람들도 커리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이직 정보를 얻거나 현직자 간 대화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던 만큼 호응도가 높다”라고 설명합니다.
커피챗의 선순환 구조가 힘을 얻은 덕분일까요. 이용자로 커피챗을 사용하다가 취업 후에는 파트너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으며 파트너로 가입했지만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파트너를 찾아 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박 대표는 “(이용자들이) 평소 알기 힘든 커리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내 고민을 내가 가고 싶은 회사, 직무의 사람이 진심을 다해 같이 생각해 준다는 데서 만족도가 크다”고 강조합니다.
피드백이 금이 되는 세상
지난해 4월 커피챗은 시드 투자를 유치한 이후 5개월 만에 20억 규모 프리 A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중입니다. 올해 1월에는 서비스 1여 년만에 정식으로 앱을 출시했습니다. 이전에도 앱 개발 역량은 있었지만 웹 사이트로 운영하면서 고객에 직접 줌(Zoom) 링크를 전달했습니다. 고객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기 위해서였죠. 이젠 앱에서 연결, 질문지 작성, 전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앱 출시 4개월 만에 애플 앱스토어 오늘의 앱(5월 14일)에 선정되면서 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올해 5월에는 ‘노트’ 기능도 새로 추가했습니다. 파트너들은 이제 20분 안에 다 못한 이야기를 글로 남길 수 있습니다. 글자 수는 500자로 제한합니다. 단 한 줄이라도 의미 있는 정보가 될 수 있기에 괜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노트를 보고 더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음성 대화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파트너도 다른 파트너가 쓴 노트를 보고 커피챗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커피챗은 연내 AI 알고리즘 기반 최적의 파트너 추천, 매칭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미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투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되면서 AI 기술 개발(R&D)의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박 대표는 “팩트 위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지, 친절한 편인지에 대한 데이터도 수집하고 있다”며 “향후 본인의 성향에 맞는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도 생각 중이다”고 전합니다. 덧붙여 그는 “자신의 커리어 여정에 맞는 정보를 얻고, 커리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앱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포부를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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