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명의신탁 등 276건 적발
계약일 거짓 신고-업·다운계약 많아
내달 ‘집값 띄우기’ 기획 조사
#1. A 씨는 아버지 회사가 보유한 21억 원짜리 법인 명의 아파트에 보증금 8억5000만 원을 내고 전세 계약을 했다. 이후 그는 아버지에게 12억5000만 원을 증여받아 이를 사들였다. 공인중개사 없이 계약한 점을 이상하게 본 정부가 A 씨 계좌를 들여다본 결과 그가 아버지 회사로 보증금을 이체한 내역은 없었다. 법인 장부에도 처리 내역이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법인자금을 유용한 편법 증여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2. B 씨는 자신이 보유한 2억 원대 아파트를 남동생과 이혼한 전(前) 올케에게 팔았다가 4개월 뒤 자신의 명의로 다시 이전했다. 전 올케가 B 씨 집을 살 때 매수자금은 전 주인인 B 씨가 대고, B 씨가 다시 자신 앞으로 명의를 이전할 때는 돈이 오가지 않고 소유권만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으로 의심돼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부동산 ‘직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탈세 목적의 편법 증여 등 불법이 의심되는 직거래 276건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전국에서 직거래된 아파트를 기획 조사하기 위해 이상 거래 802건을 찾아내고, 그중 편법 증여나 명의신탁 등 불법 의심 거래 276건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국토부가 수상하다고 여긴 부동산 직거래 802건을 조사한 결과로 조사 대상 3건 중 1건이 불법 의심 거래인 셈이다.
이번 조사는 2021년 1월∼지난해 8월 아파트 직거래 중 같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 같은 이상 거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거래에서 직거래 비율이 급증했고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직거래하는 등의 거래가 계속돼 고강도 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편법 증여 의심 직거래 77건이 적발됐다. 변변한 소득이 없는 20대 자녀 2명이 17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거래대금 전부를 부모로부터 받아 편법 증여 의심 사례로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부모는 자녀 2명에게 5억 원씩 증여하고, 취득세도 대신 내준 뒤 본인들이 보증금 8억 원을 주고 해당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다.
사업자 자금 대출을 받아 주택 매수에 활용하거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위반한 사례 18건은 금융위원회에 통보됐다. 어머니가 딸이 보유한 아파트 지분 3억7500만 원을 매수할 때 기업자금대출 3억 원을 받아 전액을 매수자금으로 활용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가격을 높인 ‘업계약’이나 가격을 낮춘 ‘다운계약’ 등 거래신고 위반(214건) 명의신탁 거래(19건) 등도 적발됐다.
국토부는 다음 달부터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높인 뒤 나중에 취소하는 이른바 ‘집값 띄우기’ 기획 조사에도 착수한다. 2021년 1월∼지난해 12월 거래 중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해제됐거나 특정인이 반복해 최고가 거래 뒤 해제한 거래 등을 집중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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