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침체 우려 3.5% 유지
올해 성장률 전망 1.6%로 하향
이창용 “금리인상 끝난건 아니다”
美연준, 올해 5.5%까지 올릴 듯
1년 6개월에 걸쳐 금리 인상 행보를 걸어온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연속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와 서민경제 고통이 커지자 금리 인상에 일단 제동을 건 것이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2021년 8월 0.5%로 ‘제로 금리’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10차례에 걸쳐 3%포인트 끌어올려 왔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는 7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한은이 금리 인상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경기 둔화 우려가 증폭된 까닭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10∼12월·―0.4%)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1∼3월)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조짐을 보인다. 실제로 이날 한은은 수출 감소와 내수 둔화 등을 고려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여러 불확실성 요인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 중국 경기 회복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 경기의 금융안정 영향, 금리 인상 파급 영향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침표’가 아닌 ‘숨고르기’라는 의미다.
실제로 4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총재는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중 1명은 현 금리 수준인 3.5%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고, 5명은 당분간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날 조윤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반면 미 연준은 당분간 긴축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 시간) 연준이 공개한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0.2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데 동의했지만 일부는 0.5%포인트 수준의 빠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3, 5, 6월 회의에서 3차례 추가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5.50% 수준까지 끌어올린 뒤 연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현재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한미 금리 차는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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