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급매 위주 수요 증가
이달 거래량, 작년보다 크게 늘어… ‘개발 호재’ 재건축도 관심 집중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 여전… 전문가 “바닥 판단은 아직 일러”
#1. 2021년 7월 서울 은평구 녹번동 북한산푸르지오 전용면적 85㎡를 12억 원에 매수해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최모 씨(38)는 최근 양천구 목동에 집을 알아보고 있다. 최 씨는 “아이 교육을 위해 이사를 갈 생각인데, 그동안 가격이 꽤 내린 목동의 공인중개사무소를 돌아다니고 있다”며 “재건축 속도가 빠른 단지에 급매물이 나오면 회사 대출 1억 원과 저축해둔 돈을 활용해 매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 지난달 말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서울 강남구에서 개설한 ‘상급지 갈아타기’ 온·오프라인 강의에는 수강생 150명이 몰렸다. 4번 강의에 강의료만 총 44만 원이었지만 30대 신혼부부부터 40·50대 주부, 직장인들이 강의실을 찾았다. 업체 대표는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자 현재 사는 곳보다 여건이 더 좋거나 재건축 등 호재가 있는 지역으로 ‘갈아타기’ 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 늘어난 거래량… 갈아타기 수요 꿈틀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개발 수요가 있는 재건축 단지나 주거 여건이 우수한 신축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수요가 움직이고 있다. 아직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이 20∼30% 이상 내린 ‘급매’ 거래가 성사되며 거래 가격이나 호가가 반등하는 단지도 나온다.
26일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26일 신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는 총 840건으로 지난해 2월(821건)을 넘어섰다. 1월은 1386건으로 지난해 5월(1736건) 이후 7개월 만에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계약 체결 이후 30일 이내에 거래 신고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2월 거래량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 5년 차인 9510채 규모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신고된 거래만 40건이다. 지난해 1년간 76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는데, 두 달 사이 거래량이 지난해 전체 거래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전용 84㎡는 지난달 15억 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16억∼18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며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진되며 다시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했다.
갈아타기 수요는 학군이 좋거나 신축 대단지인 경우,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단지에서 급매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전날에도 송파구 잠실엘스에 사는 1주택자가 대치 미도아파트 급매물을 잡으려고 직접 방문했다”며 “기존 집이 잘 안 팔려서 그렇지 집이 적당한 가격에 팔리면 바로 움직이겠다는 수요자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 규제 완화로 재건축도 관심… “‘바닥론’은 이르다” 지적도
안전진단 등 각종 규제완화 영향으로 입주 30년을 넘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특히 특례보금자리론이 시행되며 9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 상관없이 최저 연 3.25%로 최대 5억 원을 대출해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서울 노원구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으로 불리는 3930채 규모 월계시영아파트는 올해 들어 26일까지 총 26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1년 치 거래량(33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59㎡ 급급매물이 소진되며 거래 가격도 6억 원대에서 7억 원대로 올랐다”며 “소형 평수를 팔고 대형 평수로 옮기거나 좀 더 입지 좋은 곳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급매물을 찾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일부 회복됐지만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고, 경기 침체 우려도 높아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있고, 한국도 다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며 바닥을 다지는 장세를 보일 텐데 진짜 바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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