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韓역동성 담아야… 젊은 디자이너, 과감한 시도 주저말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7일 03시 00분


브랜드 창립 30돌 디자이너 송지오
3년만의 대면 파리패션쇼서 이목
佛프랭탕 등 유명 백화점 입점 확정
“소비자 유일함 원해… 독창성 필요”

지난달 파리 패션위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송지오(SONGZIO)’의 송지오 회장이 20일 서울 성수동 송지오인터내셔널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는 ‘K패션’의 중심에 선 송지오는 한국 1세대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파리 패션위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송지오(SONGZIO)’의 송지오 회장이 20일 서울 성수동 송지오인터내셔널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는 ‘K패션’의 중심에 선 송지오는 한국 1세대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강변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성수동 송지오 회장의 작업실 책상에는 6월 파리패션쇼에서 선보일 2024 봄여름 컬렉션의 도안을 그린 펜화가 20여 장 올려져 있었다.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화실에는 송 대표가 작업 중이거나 완성한 유화가 10여 작품 걸려 있었다. 컬렉션 영감을 그림으로 먼저 그린 뒤 자수나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다. 서랍 안에는 잉크가 닳은 볼펜 수백 개가 보관돼 있었다. “손으로 그린 그림을 손으로 표현하겠다”는 고집스러운 디자인 철학이 곳곳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난달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재개된 파리패션위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송지오(SONGZIO)’의 송지오 회장이 브랜드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1세대 디자이너 브랜드인 송지오는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K패션’의 최중심에 서 있다. ‘리플렉션’을 주제로 파리 패션위크에 선보인 2023 FW 컬렉션에 대해 패션 매거진 WWD는 “모든 생각이 옳은 컬렉션”이라고 상찬했다. 컬렉션 후 파리 프랭탕, 홍콩 하비 니콜스 등 세계 유명 백화점에 하반기 중 입점이 확정됐다. 패션쇼 이후 진행된 애프터파티엔 새벽 4시까지 줄이 길어 입장할 수 없을 정도로 현지 반응이 뜨거웠다.

송 회장은 “동양의 우아함과 서양의 아름다움을 결합한 아방가르드(전위 예술) 미학 정신에 기반한 브랜드 헤리티지와 30년간 수많은 연구 끝에 쌓아올린 패턴메이킹(옷본 만들기), 봉제, 아트워크의 퀄리티가 최근 K-문화 열풍과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지오는 1993년 설립된 후 현재 ‘송지오’, ‘송지오 옴므’, ‘지제로’, ‘지오송지오’ 등 4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해외에서 인정받는 대표 K-브랜드로 자리매김했지만, 패션 변방 출신으로 패션 중심지 파리에서 인정받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에스모드 파리에서 패션을 전공한 그는 2006년 파리 패션위크에 진출하며 처음 해외 시장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 화가 카라바조에서 모티브를 얻은 컬렉션에서 “한국인이 왜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외국 디자이너였다면 받지 않았을 질문이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왜 이렇게 비싸냐”는 비아냥거림도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대로 된 디자인 철학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오기와 자존심이 강해졌다. 그는 “K컬처 붐이 일기 전부터 해외 시장에 독립군처럼 문을 두드려온 한국 디자이너들이 있었다”고 했다.

송 회장은 독립적이고 독특한 철학을 옷에 녹여냈다. 패션과 아트를 결합시킨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은 결국 해외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송지오 브랜드의 주된 모티브는 한국의 ‘도령’이다. 특유의 오버핏은 전통 한복의 스타일과 핏에서 착안했고, 패션쇼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절모 역시 갓을 변형한 제품이다.

강인함과 섬세함의 공존은 송지오의 또다른 특징이다. 그는 앞으로의 패션에 보더리스(연령, 성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는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그는 “Z세대뿐만 아니라 30∼50대 소비자들도 개성 있고 세련된 소비를 한다. 누구든 예쁜 걸 보면 끌리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여성복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남성복 안에도 우아하고 부드러운 무드를 담는 ‘로맨틱 아방가르드’를 선보여 왔다. 내년에는 송지오에서도 여성복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송 회장은 “소비자는 결국 그 브랜드에서만 살 수 있는 ‘유일함’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며 “오랜 기간 쌓아온 송지오만의 독창적 디자인 철학과 헤리티지를 잘 이어가는 것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K패션의 미래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해외 여러 패션 무대를 돌아볼수록 세계는 한국의 젊음과 역동성에 열광한다고 느꼈다”며 “젊은 디자이너일수록 자신감을 가지고 화려하고 과감한 시도를 하는 데에 주저하지 말라”고 말했다.

#디자이너 송지오#k패션#브랜드 창립 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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