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체 “스팀-건조 가스요금 2배 폭등… 기계 세울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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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요금, 2년전보다 158%↑
“공장 돌려봐야 가스비 내면 적자”
전기료도 눈덩이… 中企 경영난

대구의 직물염색업체 H사는 이번 달 가스요금으로만 2억 원을 납부했다. 섬유를 염색하고 말리기 위해 150∼220도의 고온 스팀이 필요한데 가스가 주원료다. 공장에서 쓰는 액화석유가스(LPG) 단가는 t당 6만5000원으로 2년 전(3만1000원)보다 두 배 넘게(110%) 올랐다. 이 회사 한모 대표는 “공장을 아무리 돌려도 가스비 내면 적자”라면서 “찬물을 200도 안팎으로 데우고 유지하려면 연료를 아껴 쓸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중소 섬유업체들이 가스료와 전기료 등 에너지 요금 폭등에 휘청거리고 있다. 난방비 부담이 겨울에 집중되는 일반 가정이나 자영업자와 달리 사계절 고온 열처리 공정을 하는 제조업체들은 가스비 부담이 누적되며 존폐 기로에 놓였다. 소비자 체감 ‘의복 물가’까지 꿈틀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이달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동절기)은 메가줄(MJ)당 30.8원으로 지난해 동기 21.8원보다 41.3% 올랐다. 2021년(11.9원)보다 158.8% 올랐다. 가정용 가스 도매요금(주택용)이 2021년 2월 12.9원에서 이달 18.4원으로 42.6% 오른 것에 비하면 산업용 요금이 같은 기간 3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에너지 요금이 급등했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의 한 염색가공업체는 염색한 천을 말리는 텐터기 가스요금이 2년 전 대당 2000만∼3000만 원에서 최근 6000만 원으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하지만 납품단가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회사 사장은 “납품업체도 튀르키예 지진 등으로 수출이 줄어 어려운 걸 알기 때문에 단가 얘기는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 가스요금은 2년 전까지 가정용 가스요금보다 더 저렴했지만 원료비 연동제 도입 이후 역전됐다. 정부 정책에 따라 민수용 가스요금은 여러 번 동결됐지만 산업용은 국제 유가에 따라 가격이 요동쳤다. 특히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가스 가격이 치솟으며 요금 격차가 더 커졌다.

전기요금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원사를 기능성 합섬으로 가공하는 경북의 섬유업체 S사는 열처리에 드는 전기요금이 전년보다 4000만 원 더 나왔다. 생산원가의 30% 수준이던 전기료는 현재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 회사 박모 회장은 “원사의 80%를 공급해주던 업체가 수익 악화로 이달부터 가동을 중단해 다음 달부터 기계를 멈춰야 할 판”이라며 “특별대출이나 지원금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요금 분할납부 계획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중소 섬유업체 대표는 “요금 납부 유예는 어차피 내야 할 빚”이라며 “당장 폐업 위기인데 요금 인하·감면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섬유업체#가스요금#2배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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