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도요타와 렉서스의 합산 점유율이 20여년 만에 5%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렉서스가 국내에 진출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도요타그룹은 올해 8종의 신차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서의 명예 회복에 나선다.
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요타와 렉서스는 각각 6259대, 7592대를 팔며 국내 시장점유율이 각각 2.21%, 2.68%에 그쳤다. 합산 점유율은 4.89%. 렉서스는 2000년대 중반까지 수입차 판매 1, 2위를 다퉜고, 2018년만 해도 도요타와 렉서스의 합산 점유율은 11%를 넘을 만큼 인기였다.
도요타의 점유율 추락은 2019년 하반기(7~12월)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른 일본 브랜드인 혼다의 지난해 점유율은 1.11%이며, 닛산은 2020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도요타는 이 같은 부진을 씻기 위해 올해 공격적인 신차 출시 전략을 펴기로 했다. 도요타가 돌파구로 선택한 건 하이브리드차량이다. 도요타가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97%는 하이브리드차량 등 전동화 모델이었다. 특히 도요타의 전기차 개발 속도가 현대자동차그룹 등에 밀리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차량을 대거 라인업에 올렸다. 지난해 12년여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한 현대자동차가 도요타의 약한 고리인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아이오닉5’를 앞세운 것과 대비된다.
콘야마 미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도요타다운 전동화 모델로 한국 고객을 사로잡겠다. 특히 당장 탄소중립에 공헌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량으로 시장에 자리매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도요타는 최근 공식 선보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브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시작으로 도요타의 대표 세단 ‘크라운’의 크로스 오버 하이브리드, 준대형 SUV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등을 들여오기로 했다. 미니밴 ‘알파드’ 하이브리드와 도요타 하이브리드의 상징 ‘프리우스’ 5세대 모델, 여기에 성능 논란이 있는 전기차 bZ4X까지 출시 계획에 포함시켰다. 렉서스도 SUV RZ의 전기차 모델과 SUV RX의 완전 변경 모델 중 PHEV 버전 등 2종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 하이브리드차량 판매량은 처음으로 20만 대를 넘어선 21만1304대로 집계됐다. 2021년 대비 14.3% 증가한 숫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량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16.3%로 휘발유(47.7%), 경유(19.8%) 차량에 이어 3위였다. 전기차는 9.8%로 4위다.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지만, 충전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전기차 모델의 선택 폭이 좁다는 점 등 때문에 하이브리드차량 판매는 당분간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도요타 라브4 PHEV 모델의 가격은 5570만 원으로 책정됐다. 순수 전기로 63㎞를 갈 수 있고, 연비는 리터(L)당 15.6㎞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고 3815만~4490만 원인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보다 비싸면서 크기가 작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도요타의 판매 부진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영향도 있지만, 가격 경쟁력과 한국 소비자 취향을 맞추지 못한 내외장 디자인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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