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전장 된 MWC… “빅테크 돈내라” vs “콘텐츠 투자 위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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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서 촉발된 분쟁, 국제문제로 확산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국내 안테나 
제조기업인 KMW의 5G 이동통신 장비를 보고 있다. 바르셀로나=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국내 안테나 제조기업인 KMW의 5G 이동통신 장비를 보고 있다. 바르셀로나=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형 트래픽을 유발하는 회사들이 망 투자에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 vs “트래픽 증가가 통신사의 유지 보수 비용을 늘린다는 근거가 없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인터넷망 사용료 지불을 두고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CP) 간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통신사는 대규모 인터넷 트래픽을 일으키는 빅테크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CP는 자체적으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맞섰다.

● 통신사-빅테크 견해차 강해

망 사용료 분담에 대한 논의는 개막 첫날이었던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첫 공식 키노트부터 시작됐다.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이날 키노트 ‘열린 미래의 비전’ 세션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막대한 (통신망) 투자에 대한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오가는 새로운 통신시장 환경에서 통신망 투자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현재의 (망 투자의) 공정한 분배 이슈는 통신사와 빅테크 간 ‘싸움’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이분법적 선택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통신사와 CP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이날 키노트에 참여한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의 크리스텔 하이드만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의 통신망 ‘무임승차’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유럽 통신사는 지난 10년간 6000억 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수익화하기 어려웠다. 이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문제는 현재 톱5 CP가 하루 트래픽 중 5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며 네트워크 비용에 대한 공정한 기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P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초 선임된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대표는 지난달 28일 키노트에서 망 투자 분담에 대한 통신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지난 5년간 매출의 절반가량인 600억 달러를 콘텐츠에 투자했고 10억 달러 이상을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구축에 투입했다”며 통신사가 제기한 ‘투자 미가담’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구독자들이 구독료로 네트워크 개발을 위한 비용을 지불 중이다. 회사들까지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중 과금’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피터스 CEO는 또 “통신사에 대한 세금은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 투자를 줄이고 창작 커뮤니티를 해쳐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할 것”이라며 “유료 TV 시절처럼 오히려 넷플릭스가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콘텐츠 제작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며 맞불을 놨다.

● 망 사용료 논쟁, 유럽 본격 참여해 국제전 확산


망 사용료 지급에 관한 통신사와 CP의 분쟁은 2019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소송전을 시작하며 국내에서 본격화했다. 여기에 유럽 통신업계도 글로벌 CP들에 망 사용료 분담을 요구하고 나서며 망 사용료 이슈가 국제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EU는 올해 빅테크에 데이터 트래픽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기가비트 연결법(가칭)’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MWC를 주최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와 유럽 통신협회, 통신사 대표들이 CP의 망 투자 기여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MWC 현장에서는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OA)와 40개 유럽 통신사 및 제조사로 구성된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가 ‘망 이용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에 대해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박정호 SK그룹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우리 인터넷망을 30% 넘게 사용하고 있다. 전체 생태계를 위해 그들의 수익을 (망 투자로) 전환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통신사가 CP사에 강제로 망 사용료를 부과하게 될 경우 통신사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U 산하기관인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지난해 10월 “CP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제공하는 것을 정당화할 증거가 없다”며 “망 트래픽은 망 사업자가 아니라 고객에 의해 늘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망 사용로 지불 강제는) 망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망을 끊을 수 있는 ‘착신 독점’을 강화해 중소사업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르셀로나=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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