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일명 ‘빚투’로 불리는 신용거래융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증시가 1월 ‘상승 랠리’를 보인 뒤 박스권에 머물고 있지만, 이자율이 낮아지고 상승 기대감도 이어지면서 빚투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발 긴축 강화 우려 등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7122억9100만원으로, 올해 초(1월2일) 16조5311억2400만원보다 7.15% 상승했다. 한 달 전(1월27일) 16조913억3700만원과 비교하면 10.07% 증가한 규모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게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의 돈으로 하는 차입(레버리지) 투자인 만큼 주가가 올라가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내리면 손실이 커진다. 특히 신용거래융자로 매수한 주식이 급격한 하락을 맞아 담보비율 140%를 밑돌 경우 반대매매가 진행된다.
신용거래융자는 코로나19로 증시가 악화한 2020년 3월말 6조원대에서 늘어났다. 2021년 8월말 약 25조원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하며 증시가 하락하자 지난 1월에는 15조8102억4900만원까지 내렸다.
지난해 말 증권사들도 올해 증시에 대해 ‘상저하고’를 예상했지만 지난 1월 ‘상승 랠리’가 나오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1월 중순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투자자들의 증시 상승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 추세도 빚투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이자율을 최대 10%대까지 올렸는데,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에 대한 압박이 나오면서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최단 기간(7일 이내) 이자율을 종전 연 5.05%에서 연 3.90%로 낮췄고, 최장기간(90일 초과)은 기존 연 10.0%에서 연 8.90%로 인하했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사용 기간별 이자율을 3월 10일부터 최대 2.1%p 인하했고,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도 신용융자 이자율을 내렸다.
다만 최근 미국의 긴축 강화 우려가 커지면서 빚투 증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초부터 미국 경제지표 호조 등에 따른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커 빚투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투자자들의 조심스러운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시장 신용거래자 중에는 신용융자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개인투자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개인투자자는 신용융자 활용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며 신용거래에 대한 투자위험을 정확히 인식하고 위험 감내 수준에 맞는 투자를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신용거래는 일종의 가수요이며 레버리지 수단으로써 투자자 효용과 주식시장 안정성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 과도한 사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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